또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다. 그제 밤 서울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 흙막이 붕괴로 인근 유치원 건물이 크게 기우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가산동 오피스텔 공사장 흙막이 공사 부실로 인근 아파트 주차장 지반이 무너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두 사고가 밤늦은 시간과 새벽에 일어났기에 망정이지 자칫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최근 1년 새 적절한 주의나 예방 조치를 취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 사고로 15명이 죽거나 다쳤고,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 불이 나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1월에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37명이 사망했다. 6월에는 서울 용산의 4층짜리 상가주택이 무너졌다. 이들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안전 불감증, 허술한 관리·점검, 초동대처 미흡 등이 판박이다. ‘예고된 인재’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수차례 “재난에 상시 대응이 가능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고 장소만 바뀌었을 뿐 판박이 수준의 대처와 흐지부지한 마무리가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도 대형 사고가 터지면 당장 내일이라도 전부 뜯어고칠 기세였다가 며칠 지나면 그뿐이다. 4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제도개선과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 점검에 대한 요구가 거셌지만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지 의문이다.

국민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과 부실한 관리·감독이 대형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재난을 겪고도 심층적인 원인 진단과 규명을 통한 예방대책 수립보다는 관련자 색출과 처벌을 우선시하는 정부와 정치권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도 이런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경찰과 검찰 수사, 1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조사를 벌이고도 내달부터 2기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를 가동한다. 그러는 사이,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대형 재난들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가 재난방지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매뉴얼에 따라 꾸준히 훈련을 실시하지 않으면 언제든 대형 사고가 되풀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