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3차 정상회담이 오는 18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서 열린다.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북측과 남북한 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문제를 폭넓게 협의했다”며 이런 내용을 포함, 4개 항의 남북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이 특사단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실현’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비핵화 시점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관건은 진정성과 실천 여부다. 우리 정부는 김정은의 언급에 “의미가 있고 만족한다”는 반응이지만, 그렇게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이 ‘우리의 선제 조치에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으면’이라는 조건을 단 것부터 그렇다. 북한은 더 이상 쓸 수 없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 송환 등으로 생색을 내며 미국에 경제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의 반대급부를 요구해왔다.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겠다는 기존의 태도에서 바뀐 게 없다. 김정은이 밝힌 ‘비핵화 의지’도 1, 2차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등에서 이미 언급한 터여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래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한반도 문제의 근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한반도 위기의 원인 제공을 해 온 김정은이 ‘결자해지(結者解之)’에 나서야 한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잇달아 자행해 한반도를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르게 한 주범(主犯)이다.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전범(戰犯)이기도 하다. 연평도 포격, 서해교전을 비롯해 숱하게 대한민국을 공격하고 도발해왔다. 북녘을 한 치도 침범한 적이 없고, 핵 개발도 하지 않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이 도발 원인을 제거하는 ‘북한 비핵화’에 당장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정은은 특사단에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인색하다”며 불만을 털어놨다고 한다. 그런 불만을 늘어놓을 계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말로만 비핵화를 외치면서 온갖 반대급부만을 요구하는 식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길이 없다. 김정은이 진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이달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실천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