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렵이면 바람도 메마르다. 물기가 크게 줄어든 대기의 흐름이 나뭇가지를 흔들 때 서걱거리는 소리가 나 지난주 소개한 대로 ‘슬슬(瑟瑟)’한 분위기가 번지다가 끝내 ‘쓸쓸’해지고 만다.

땅에 내린 식생의 씨앗이 움을 틔워 무더운 여름에 자랐다가 수확의 낫질을 거쳐 창고로 옮겨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그 한자는 秋(추)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가름에 따라 네 계절에 색깔과 방위(方位)의 관념을 덧댔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봄은 청춘(靑春), 여름은 더워 주하(朱夏), 가을은 서늘하다고 해서 소추(素秋), 겨울은 어둡고 춥다는 점에서 현동(玄冬)이다. 방위로는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순서다. 푸르고(靑) 붉고(朱) 희고(素) 검은(玄) 색이 각각 네 계절의 특징을 드러낸다.

가을을 가리키거나 상징하는 한자는 우선 金(금)과 商(상), 素(소) 등이다. 기운이라는 요소로 볼 때 서쪽은 서늘하다고 해서 쇠(金)를 붙였다.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의 동양 고대 다섯 가지 음(音) 중에서는 상(商)이 가을을 대표한다고 여겼다. 쓸쓸해서 처량함을 느끼게 해주는 음조(音調)다.

그래서 가을을 일컫는 단어들은 이 글자들을 엮어 금추(金秋)·금상(金商)·금소(金素)·상추(商秋)·상소(商素)·백상(白商)·소상(素商) 등으로 적었다. 각 계절은 세 단계로 나누는데, 보통 맹(孟)·중(仲)·계(季)다. 초가을 맹추(孟秋)의 별칭은 수추(首秋)와 상추(上秋)다. 중추(仲秋)는 중상(仲商), 늦가을 계추(季秋)는 모추(暮秋)나 말추(末秋)라고도 한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는 점을 새삼 일깨우는 계절이 가을이다. 가고 오는 더위와 추위, 즉 한래서왕(寒來暑往)의 기후적인 변화에서 한 해의 끝을 절감토록 해서다. 그 가을에는 이미 익은 곡식들을 거둬들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을을 수성(收成)의 계절이라고도 적는다. 아울러 안으로 거둬 쟁이는 수렴(收斂)의 의미도 있다. 그에 덧붙여 성찰(省察)과 회고(回顧)를 재촉하는 때이기도 하다. 분주하고 번잡했던 우리사회가 되새겨야 할 가을의 의미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