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지역에 있는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추가 이전시키겠다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상으로 거론된 기관들에서는 “상상도 못 해 본 일”이라며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파장이 커지자 민주당은 “특정 기관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 대표의 지론인 ‘20년 집권’을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가치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일괄 이전’이라는 경직된 방식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수한 논란 속에서 지난해까지 153개 공공기관의 이전이 완료됐지만,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기대했던 지방경제 활성화 효과도 눈에 띌 정도는 못 된다는 평가다.

반면 부정적 측면에 대한 지적은 훨씬 구체적이다. 지난해 전주로 옮겨간 국민연금공단이 대표적이다. 60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금의 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장 등 4명의 고위직 자리가 공석이다. 돈과 정보가 몰리는 수도권을 벗어나자 인재들이 기피한 결과다. 세종시로 대거 옮겨간 행정부처들의 비효율이 국가경쟁력을 갈수록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달아오를 논의 과정에서 획일적 발상만큼은 지양해야 한다. ‘무조건 일괄 이전’으로는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고, 수도권과 지방을 편가르고, 정치적 ‘대못’을 박는 행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 차제에 이전 완료한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엄정한 평가를 통해 최적 소재지인지를 점검하는 후속작업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