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포기 성급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6개 법률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가격담합이나 입찰담합 같은 것은 ‘고의’나 ‘범의(犯意)’ 같은 것을 증명할 필요 없는 ‘당연 위법’이어서 경제 분석이 필요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바로 수사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준 이유는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은 시장구조분석 같은 경제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소기업들이 가격을 하향 담합해 대기업에 대항하면 소비자들까지 아무도 손해 보는 사람이 없다. 물론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어떤 산업 자체를 붕괴시킨다는 반론도 있을 수는 있다. 이와 같은 분석은 법률기술자인 검찰이 담당하기는 어렵고 경제적 분석 전문기관이 해야 한다. 그 기관이 공정위이며, 그 전문성이 공정위의 존재 이유다.

최근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일부를 스스로 포기했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경성(硬性)담합’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도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법무부 장관은 “중대한 담합에 대해서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해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바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고 말했다. 비록 ‘중대한 담합’에 한정하기는 했지만 이로써 공정위는 스스로 자신의 강점인 경제적 분석이라는 전문성을 포기했고, 중요한 존립 근거를 버렸다. 헌법재판소도 전속고발제도의 합헌성을 일관되게 인정해왔다. 전속고발제는 2013년 ‘의무고발요청제’를 도입해 보완됐다. 이는 검찰, 감사원, 조달청, 중소벤처기업부의 고발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는 제도다.

본래 공정거래사건은 경제사건인 성격상 형벌 부과가 적절하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는 경쟁법 위반에 대한 형벌 규정이 없다. 유럽연합(EU), 독일, 스페인, 뉴질랜드 등이 그렇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담합에 대해서만 규정이 있으나 처벌 실적도 미미해 몇 년간 2~3건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 등 공정거래법에서 파생된 법률 위반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형벌 규정을 두고 있고, 이와 별도로 과징금도 부과하고 있다. 처벌 실적도 연간 150건이 넘는다.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되는 사건만 해도 연간 3000건이 넘는다. 이는 역설적으로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막아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속고발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미국은 경성 카르텔에 국한해 형사처벌 대상이 되며 처벌 건수가 많은 편이지만 기업의 수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보다는 적은 편이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시민단체든 주주든 누구나 바로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이 고발사건을 조사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된다. ‘중대한 담합’에 한해 검찰이 수사한다지만 일단 고발이 들어오면 고발장만으로는 중대한 담합인지 알 수 없고 수사해 봐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검찰 고발은 일단 수사가 개시된다는 효과가 있다. 이왕 고발한다면 검찰에 고발할 것이며 공정위에 고발할 이유가 없어진다.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보통 행정적 구제 또는 민사적 구제로 해결이 가능한 사안도 형사범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기업 범죄를 양산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에서 ‘기업가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질적인 피해자는 필시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될 것이다. 피신고인 중 중견·중소기업 비중이 해마다 적어도 80%를 웃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카르텔 적발을 위한 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제도도 껍데기만 남을 공산이 크다. 이 제도는 행정적·형사적 제재 모두가 면제된다는 기대가 있어야 작동하는데, 검찰이 직접 다루는 사건의 경우 형사면책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품게 될 것이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포기는 성급했다. 전속고발제 폐지 전에 공정거래법에서 형벌 규정을 대폭 폐지하고 과징금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