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난 완화를 위해 시작한 임대사업 장려정책을 9개월 만에 뒤집었다. 임대사업자에게 부여하는 취득세 감면, 장기보유 특별공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의 세금혜택을 대폭 축소키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집은 거주하는 곳’이라는 철학에 따라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해왔지만, 집값을 올리는 역효과가 커지고 있다는 게 궤도 수정의 이유다.

부동산시장에선 정책불신을 가중시키고 주택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하는 조치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임대주택 정책을 처음 내놓는 것도 아닌데, 뒤늦게 부작용을 발견하고 서둘러 번복했다니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들이다. 정부는 의무 임대기간(4년, 8년) 동안 임대주택 매매가 금지되는 점을 투기꾼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카페 등의 ‘인터넷 동향’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 대학교수가 쓴 칼럼에도 투기행태가 잘 설명돼 있다며 일독을 권했다. 부동산 정책을 수십 년 동안 다뤄온 공무원들의 생각이 인터넷 분석가나 교수 한 사람만 못 하다는 자백이 아니라면, 요령부득이다. 정부정책을 따른 시장참여자들을 투기꾼처럼 인식하는 것도 부절적한 행태다.

정부는 정책 오류를 용기있게 인정하고 선제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수정해야 할 정책은 따로 있다는 게 다수 국민의 생각일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융통성 없는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이 쌓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정책들이야말로 설계의도와 달리 일자리를 파괴하고, 월급봉투를 홀쭉하게 만들고 있다. 서민들의 보험계약 해지가 사상 최대이고 권리금이 증발해 장사를 접지도 못 해 두 번 우는 소상공인들의 사연도 넘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과 장관급 전원,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이 집결한 지난 주말 ‘당(黨)정(政)청(靑) 전원회의’에서도 정책 전환에 대한 주문이 잇따랐다. “지표와 체감경기의 온도차가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J노믹스’ 설계에 힘을 보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까지 대통령에게 고언할 정도이니, 공허한 수사로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접어야 한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현실에 맞게 이론을 수정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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