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을 내놨다. 이름, 주민등록번호를 없애고 전화번호를 가상의 숫자로 대체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 ‘가명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주요 내용이다. 정부가 이런 규제완화책을 내놓은 것은 빅데이터를 폭넓게 활용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후진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빅데이터는 ‘21세기 석유’로 불릴 만큼 산업적 가치가 높다. 클라우드산업, 인공지능(AI) 기술도 데이터 확보와 활용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활용보다는 보호 쪽에 무게를 두고 온갖 규제를 가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데이터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과제도 있다. 얼마나 실효성 있는 개인 정보보호 방안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관련법을 위반했을 때 받는 처벌과 과징금 수준은 다른 주요 나라에 비해 미약한 게 사실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의 경우 개인정보를 유출해도 과징금 상한이 50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가 한 번 걸리면 거의 파산에 이를 정도의 피해를 입는 유럽연합(EU)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시민단체에선 벌써부터 개인정보 규제 혁신에 대해 정보 유출과 악용 가능성,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한 경우 형사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정보 불법 이용자에 대해 ‘일벌백계’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개인정보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을 설득하는 것도 훨씬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