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 교육모델 혁신 막는 포지티브 규제
‘참사’로 표현되는 고용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신(新)산업을 성장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필요한데, 현행법상의 각종 ‘포지티브 규제’가 이를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혁신 친화적 경제 환경 조성을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의료 분야, 핀테크, 개인정보 활용 등 분야별로 대상을 선정, 규제 개혁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교육 규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각광받는 분야는 데이터 과학이다. 링크트인의 2017년 보고서에 의하면 이 분야의 수요는 650%로 빠르게 증가했고, 보수도 좋기 때문에 미국에서 3년 연속 최고 직종으로 선정됐다. 대학들도 속속 이 분야의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대는 2017년 가을학기에 개설했는데 올 봄학기에 등록한 학생이 387명으로 너무 많아 올 가을학기부터는 숫자를 제한할 예정이다.

미국 조지아공대는 2014년 봄학기에 온라인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을 개설했다. 수업료는 정규 과정의 6분의 1 수준인 6630달러이며, 첫해 380명이었던 입학생이 올 봄학기에는 6365명으로 늘어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정규 과정의 학생들은 인도 등 외국에서 온 평균 24세의 젊은이들이지만 온라인 과정에는 34세의 미국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 전혀 다른 형태의 학습자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조지아공대는 데이터과학과 사이버보안 온라인 석사 과정을 연달아 개설한다. 유펜(펜실베이니아대), 일리노이대(UIUC) 같은 대학들도 온라인 석사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또 온라인 석사 과정을 몇 개의 온라인 모듈로 나눠 독립적으로 들을 수 있게 하고 석사 과정에 입학하면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마이크로마스터 같은 단기 과정도 있다. 당장 필요한 분야의 교육을 먼저 하고 필요하면 학위 과정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수요자 중심 방식이다. 이들 대학이 정규 과정과 같은 높은 수준의 온라인 과정을 기민하게 개설할 수 있는 비결은 코세라와 에드엑스 같은 무크(온라인 공개강좌) 기관들과 협력해 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데이터 과학 전공을 열었거나 열 계획이 있는 대학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규제, 기존 학부 간의 칸막이, 재정적 곤란 등에 기인한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석사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허용되지도 않는다. 하버드대보다 입학하기 어렵다는 캠퍼스 없는 혁신대학인 ‘미네르바 스쿨’, 또 애리조나주립대처럼 학부 1학년 과정을 무크형 온라인 교육으로 전 세계 누구나 이수할 수 있게 하는 형태의 교육을 한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실행할 수 없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같은 최첨단 기술이 에듀테크에 활용돼 교육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 교육은 여전히 온갖 규제에 갇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뿐이다.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은 (저소득층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양질의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 규제 개혁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