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심했던 더위가 지난 다음에 부는 바람을 이 단어로 적을 때가 많다. 그 ‘소슬바람’은 본래 가을 들어 앙상해지는 나뭇가지에 바람이 닿아 나는 소리의 형용이다. 메마른 가지와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며 나는 ‘서걱서걱’ 소리의 의성(擬聲)이다.

蕭(소)는 원래 쑥의 일종이다. 다른 쑥에 비해 뒷면에 자라는 수염이 적어 맑은 모습을 지닌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글자를 ‘쓸쓸함’으로 풀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蕭(소)는 사물의 무성한 기운이 줄어든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로 쓴다.

다음 글자 瑟(슬)은 본래 거문고나 비파 등 현악기다. 그 악기의 줄을 켤 때 나는 소리도 표현한다. 서걱거리는 소리다. 글자 둘을 그대로 연결하면 瑟瑟(슬슬), 우리말 ‘쓸쓸하다’의 어원이다. 따라서 ‘소슬’의 두 글자 모두 움츠러들고 말라가는 어떤 것의 느낌을 준다.

그와 비슷한 흐름의 단어는 蕭索(소삭), 蕭颯(소삽), 蕭條(소조) 등이다. 처음의 蕭索(소삭)은 구조가 소슬과 비슷하다. 뒷글자 索(삭 또는 색)이 소슬의 瑟(슬)처럼 소리에 관한 형용으로 보인다.

蕭颯(소삽) 역시 그렇다. 단지 颯(삽)이 바람의 일종이어서 풀이나 나무 잎사귀에 내리는 비의 소리를 형용할 때도 있다. 蕭瑟(소슬)이나 蕭颯(소삽) 등에 비해 먼저 문헌에 등장하는 단어가 蕭條(소조)다. 나뭇가지를 뜻하는 條(조)와 어울렸으나 여기서는 잎을 많이 떨어뜨린 식생의 모습을 표현한 의태(擬態)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점차 흩어져 없어지는 상황을 蕭散(소산)으로 적으며, 직접 ‘차갑다’는 글자를 붙여 蕭冷(소랭)이라고 적는 경우도 있다. 아예 글자 두 개를 나열해 蕭蕭(소소)라고 적기도 한다. 蕭寂(소적)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쓸쓸함에 조용함까지 얹었으니 가을의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을의 형용에 그쳐야만 좋다. 이런 표현들이 우리 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큰 걱정이다. 쓸쓸해지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아예 시들어 말라버리다가 끝내 가을바람에 모두 휩쓸려 사라지는 허망함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이르면 정말 큰일이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