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진입 따라 '사회적 돌봄' 절실
선진국 공공의료 형식만 베껴서는 미흡
노후 의료비 걱정 더는 체계부터 갖춰야

방문석 < 서울대의대 교수·재활의학 >
[전문가 포럼] 지역사회 돌봄, 공공의료체계부터 개선해야

한국은 지난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돌봄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대상을 병원에 입원시키거나 요양원 같은 시설에 보내기보다는 가능한 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정에서 함께 지내게 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예전 대가족 제도 아래에서는 중증 치매가 있는 부모를 집에서 가족 구성원이 돌보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이 적은 요즘에는 집에서 언제까지 돌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당면한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지역사회 돌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의료 분야와 관련해서는 아직 복지 분야만큼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1차 주치의의 역할, 재활의료, 치매와 관련한 논의와 함께 요양병원의 급속한 증가, 요양병원에 오래 입원하는 과도한 ‘사회적 입원’의 문제점이 일부 지적돼 왔을 뿐이다. 그동안 이런 논의가 이뤄진 의료 영역은 공공의료 쪽이었다. 지역사회 돌봄에는 의료 영역이 중요한 부분이고 이에 해당하는 많은 부분이 공공의료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역사회 돌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의 문제점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공공의료 분야의 논의와 대책 수립은 다음과 같은 공통된 과정을 거쳐 왔다.

문제점이 제기되면 갑자기 정부 주도의 민관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원회는 관련 분야 전문가 비율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원인에 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우리나라와 상이하지만 비교적 이상적인 특정 국가의 시스템에 대한 소개와 함께 비슷한 대책이 마련된다. 대부분 소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중앙센터와 지역별 권역센터가 계획되고 국고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일부 센터 건립비만 지원된다. 선거와 맞물릴 경우 실수요보다는 정치적인 맥락에서 센터 건립의 지역적 안배가 이뤄진다. 건립된 센터와 민간 의료기관 사이의 역할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센터 운영은 현재의 의료보험수가로는 힘들지만, 보건 영역에 건강보험 예산 외에는 국고 지원이 없다는 원칙 때문에 센터들은 민간 의료기관과 차별성이 없거나 부실하게 운영된다. 중앙센터에는 처음부터 보충되는 인력이 거의 없고 전문인력도 부족하며 예산 지원 등의 권한이 없어 권역센터에 대한 관료적인 관리 감독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국제기구에 제출하는 보고서에는 체계적인 조직도가 나타나고 정책을 잘 이행하는 국가로 분류되지만 실제 국민이 느끼는 변화는 별로 없다.

물론 문제점을 과장해서 표현한 측면은 있지만 이에 대한 개선과 해결은 필수적이다. 복지 정책에 관여하는 부서와 전문가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 특히 공공의료 분야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계획을 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복지전문가나 관료들은 복지 선진국에서 공부했거나 선진국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그 나라들은 노후나 질병으로 인한 건강 문제와 관련한 비용으로 개인과 가족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즉, 보건의료 정책과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갖춰져 있고 그 기반에서 복지 정책을 발전시켜온 나라들이다.

우리는 많이 다르다. 보건의료, 특히 공공의료 분야는 복지 분야보다 취약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의료 지출이 현저히 낮은 나라에 속한다. 기획재정부는 국민건강보험 외에 국가 예산으로 보건의료 분야의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없다는 보건 예산 결정 원칙을 갖고 있다. 아직도 노후나 사고, 질병 이후의 의료비 걱정에서 개인과 가족이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다.

지역사회 돌봄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비교적 성공한 보건 선진국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소득에 비해 공공의료가 취약하고 복지정책보다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보건과 복지가 더불어 반영된 성공적인 지역사회 돌봄 정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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