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특혜 논리'에 발목 잡히는 규제 개혁
“대기업집단 중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매출이 전체의 50% 이상인 곳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해주자는 주장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다.”(국회 정무위원회, 자유한국당 A의원)

“병원 영리 사업화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는 만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에 의료법·약사법 등을 제외하고 처리하는 것이 옳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B의원)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규제개혁법안 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상반된 목소리가 나왔다. 규제 완화로 특정 산업과 기업에 특혜가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와 규제개혁에 장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한 치 양보 없이 충돌했다.

ICT 분야 매출 비중이 50% 넘는 기업부터 인터넷은행 진출을 허가하자는 것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한 ‘은산분리’ 원칙을 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다. 자산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의 은행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을 돌파하기 위해 정무위 여야 간사들이 유럽 출장까지 갔다 온 뒤 도출해 낸 해법이다.

하지만 줄기차게 규제개혁을 설파해 온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이 안이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이 카카오뱅크, KT 등 일부 기업만이 특혜를 누린다고 ‘뒷북’ 문제 제기에 나서면서다. ICT 기반 기업뿐 아니라 모든 대기업 집단에 인터넷은행을 다 허용하라는 얘기다.

기재위도 규제개혁의 예외조항을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산업발전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자는 게 서발법의 취지다. 하지만 같은 날 열린 기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보건 의료분야를 넣느냐 빼느냐를 놓고 여야 간 이견만 확인했다. 서발법에 의료영리화 시도가 숨어 있다고 한 민주당과 정의당 등의 문제제기는 19대 국회 때부터 해묵은 논쟁거리였다.

여야 원내대표가 “8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 규제개혁법안을 처리하자”고 한 약속 시한(30일 본회의)까지는 이제 4일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두 상임위는 특정 조항의 포함, 삭제 여부에 매달려 아직도 절충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협치를 모르는 여야의 고집 때문에 규제개혁 법안은 아직 시동도 걸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