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인터넷銀, 시중은행 수준 규제는 곤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 중심에는 은산분리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私)금고처럼 이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금융규제의 큰 원칙이다. 최근 논쟁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특례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예외를 허용하면 큰 둑이 허물어질 우려가 있으니 곤란하다는 입장이 맞서면서 빚어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1995년 미국에 처음 설립된 이후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최소 30%에서 100%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기술과 금융 간 융합을 주도하며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거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도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재팬,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 통신업체인 KDDI가 풍부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통신사인 텔레포니카, 전자결제업체인 페이팔 등이 설립을 주도해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 중이다.

각국은 최대주주의 지분 보유한도에 대해 대부분 유연한 편이다. 대신 예외 없이 은행 대주주에 대한 감독과 검사를 철저히 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특정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처럼 은산분리를 지분보유 한도규제 형태로 엄격하게 유지하는 곳은 25%까지 지분 소유를 제한한 미국이 거의 유일하다. 최근에는 미국도 은산분리 제도를 ‘낡은 규제’로 간주해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4%(의결권 기준)를 적용하고 있다.

산업 간 융합이 가장 큰 특징인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은행업에도 경쟁을 촉진해 산업에는 효율성을, 이용자에겐 편의성을 제공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인터넷전문은행만이라도 규제 수준을 조정한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은 내재된 리스크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국내에서 여수신 업무를 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내재된 리스크에 따라 업무 범위와 지분보유 등에서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시중은행이 가장 강하고 지방은행, 저축은행, 신협 순이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시중은행 4%, 지방은행 15%, 저축은행 100%로 차등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젤 국제기준을 참고할 때 리스크는 규모와 업무범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올 3월 말 기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평균 자산은 4조7000억원으로 시중은행(268조원)과 지방은행(36조원)보다 훨씬 작고, 저축은행(7786억원)보다는 크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非對面) 영업만 가능하며, 대기업 금융을 제한하는 등의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업무범위 측면에서는 저축은행보다도 좁다

. 즉, 내재적 리스크의 크기에 따른 인터넷전문은행의 규제체계상 위치는 시중은행보다 훨씬 아래이면서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사이 정도가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 규제는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다.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업무범위, 적정 보유지분 등 규제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이런 규제 합리화를 위해 다양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물론 은산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충분한 보완장치가 전제된다면, 특례가 도입됐다고 해서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다. 산업자본의 범위를 혁신성 있는 ICT 전문그룹으로 한정하고, 대주주와의 거래 제한 등 현 은행법보다 엄격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또 대주주와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및 검사를 담당하는 감독당국의 역량도 많이 높아졌다. 이번 국회에서 그동안의 논의를 지혜롭게 갈무리해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 제도가 합리적으로 설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