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신규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이른바 ‘고용 참사’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 인식에는 여전히 안이함이 묻어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정책을 ‘고용 절벽’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여전히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결과가 아직 안 나왔거나 충분히 시행되지 않아 부작용이 생기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그렇다. 문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용해왔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경제팀이 완벽한 팀워크로 고용문제 해결에 직(職)을 걸라” 고 말했다. 정책이 잘못된 게 아니라 ‘충분히 시행되지 못한 것’이 문제이므로 정책을 더 속도감 있게 집행하라는 주문이다.

야당에서 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 수정과 청와대 경제팀 교체 등은 전혀 검토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내는 분야가 있는 반면 인구와 산업구조 조정 등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도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나타난다. 이 같은 상황 인식은 지난 주말 당·정·청 긴급회의의 결론과도 다르지 않다.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고용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은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대통령 경제자문역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재정투입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안이하고 한가하다”며 경제·산업정책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정부는 지금의 고용정책이 ‘불충분’한 게 아니라 ‘부적절’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더 늦기 전에 궤도 수정에 나서야 한다. 경기둔화를 알리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린다. 시간이 많지 않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