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꿈에 그리던 혈육과 만났다. 남측 이산가족 89명이 그제부터 70년 가까이 생이별해 온 북측 혈육 197명과 만나 이산의 한(恨)을 달랬다. 수십 년 간의 기다림 끝에 어렵사리 기회를 얻은 상봉은 가뭄에 단비 같은 기쁨이겠지만, 2박3일의 일정은 너무나 짧은 시간일 것이다. 이들은 오늘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남북한 정상의 ‘4·27 판문점 합의’에 따라 2년10개월 만에 상봉행사가 재개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그것도 선택된 소수끼리만 잠시 만나고 헤어지는 일회성 행사로는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줄 수 없을 것이다.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를 감안하면 남아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1985년 9월에 실시된 남북한 고향방문단 교환 이후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이번까지 21차례 이뤄졌다. 지금까지 상봉을 신청한 남측 이산가족은 13만2603명(지난 7월 말 기준)이다. 이 가운데 7만5741명은 세상을 떠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3000여 명이 운명했다. 그러다 보니 직계가족 상봉은 점점 줄고 있다. 이번 상봉행사 땐 부부 상봉은 한 쌍도 없고, 부모-자녀 간 직계 상봉도 일곱 가족에 불과했다.

이제 근본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번에 북측 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569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이런 식의 ‘찔끔 상봉’으로는 몇십 년이 걸려도 다 만날 수 없다.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위한 전수조사를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 생사와 주소가 확인되면 이산가족들이 서신, 전화, 화상 등을 통해 언제든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첨단 정보기술(IT) 시대에 남북한이 합의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상봉 정례화와 상설면회소 설치도 시급하다.

그간 이산가족 상봉은 중단·재개가 반복돼 왔다. 북한이 대남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온 탓이다. 북한은 최근에도 ‘탈북 종업원’ 송환을 요구하며 “이산가족 상봉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김정은은 틈만 나면 ‘민족 우선’을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인륜의 문제를 정치적 이벤트로 삼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 그게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