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태의 데스크 시각] 'K바이오'에 대한 두 가지 오해
셀트리온의 대표 제품인 램시마가 미국에서 올 상반기 1억달러어치 넘게 팔렸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는 최초 기록이다. 유럽에서는 더욱 거침없다. 오리지널 약인 레미케이드보다 더 많이 팔린다. 이 덕분에 지난해 8000억원이던 램시마 수출액은 올해 1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120년 국내 제약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후발 주자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이에 못지않다. 이 회사의 바이오시밀러 수출액은 올해 7000억원, 내년엔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내년에는 ‘의약품 수출 1조원 클럽’ 기업이 두 곳 배출되는 셈이다.

싸구려 취급받는 바이오시밀러

국산 바이오시밀러 선전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평가는 인색하다. 복제약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은 자리에서 삼성 측이 바이오시밀러 약가제도 개선을 건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 등이 발끈했다. 정부에 복제약을 지원해 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었다.

바이오업계는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개발 기간이나 소요 비용이 웬만한 신약 못지않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이해 없이 비판만 하기 때문이다. 화학제제 복제약인 제네릭이 상용화까지 100억원이 소요된다면 바이오시밀러는 이보다 20배 많은 개발비가 들어간다.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도 제네릭은 3년 남짓이지만 바이오시밀러는 평균 6년이 넘는다. 화학원료를 합성하는 값싼 제네릭과 달리 바이오시밀러는 세포를 배양하는 방식이다. 반도체보다 더 엄격한 무균 설비를 갖춰야 하는 등 기술력이 필요하다. 한 해 출시되는 바이오시밀러가 5종에 불과한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테바, MSD,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도전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시고 줄줄이 철수했을 정도다.

시장 전망은 밝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인 애브비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지난해 20조원어치가 팔렸다. 10%의 점유율만 가져와도 매년 2조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이오기업은 '부도덕' 낙인

최근 회계 논란도 바이오산업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문제는 수년 전부터 걸핏하면 논란이 된 사안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그때마다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는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가 여의치 않아서다. 상업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은 기업의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에 따라, 제품의 시장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기업 판단이 그만큼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테마감리 기업 등에 임상 3상부터 자산화가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제약 선진국인 미국 기업의 회계 처리 방식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제재 잣대로 삼겠다는 얘기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감리에 앞서 가이드라인부터 내놨어야 했다.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범죄자 취급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 바이오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정말 한계에 온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외국으로 옮기고 싶다”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한국 바이오산업은 규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황우석 트라우마 탓에 온갖 바이오 연구가 꽁꽁 묶여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바이오 기술은 세계 24위로 처졌다. 대만 홍콩 보다도 낮다. 퇴보하는 우리 바이오산업의 현실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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