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신중해야
보건복지부는 17일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고, 2060년으로 예측됐던 적립기금 소진 시점이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4차 재정계산 추계 결과와 함께 보험료율 인상 방안 등 자문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요구에 대해서는 “명문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구체화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매월 납부하는 개인들은 ‘명문화 불발’이 아쉽겠지만,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와 관련한 세무 문제를 자문해 온 필자로서는 한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연금 논란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기금의 조기 고갈에 대한 대응책 마련으로 시작됐는데, 기금의 수입은 보험료와 운용수익으로 구성되므로 운용수익률을 제고하기만 하면 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기금 운용수익률은 적절한 투자 지역 선정 및 투자 대상 자산의 발굴을 통해 제고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수익에 대해,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은 해외 국가가 부과하고 국민연금이 해당 국가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도 수익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보통 투자를 통해 얻는 배당이나 이자 소득의 경우, 관련 조세조약에 따라 소득을 지급하는 해외 국가에서 10~15%의 세율을 적용해 과세하게 된다. 그런데 국부펀드에 세제혜택을 주는 국가에서는 국부펀드로 분류되는 투자자에게 과세 면제의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 소유 자산의 공공성을 인정해 그 운용소득에 면세혜택을 주는 것이다. 국부펀드란 정부가 정부자산으로 주식, 채권 등의 금융상품 및 대체투자자산인 부동산, 인프라자산 등에 투자하는 기금을 말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공단이 관리하는 국민연금기금은 국부펀드로서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기금의 운용 수익에 대해 국부펀드에 주어지는 과세 면제의 혜택을 받아왔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해외 현지에서 투자자에게 일반적으로 부과하는 10~15% 세율의 면제혜택을 반영한 후의 수익률이다.

각국은 이런 혜택을 주는 국부펀드 분류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관련규정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국민연금공단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서 정부조직 또는 소유단체라는 점 △기금 운용으로 인한 소득이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계좌에 입금된다는 점 △관련 법률에서 연금지급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는 점 등의 특성에 따라 국부펀드로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국민연금 개편을 통해 연금 지급 보장을 법률로 명문화한다면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해외 국가가 국민연금을 국부펀드로 분류할지 불확실성을 높일 소지가 커진다. 이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수익에 과세되지 않았던 세금을 추가적으로 납부해야 할 수 있고,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돌려줄 재원의 추가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세계의 많은 나라가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부펀드의 효율적인 운용과 수익률 제고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쏟으며 재정수입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는 국부펀드로서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