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이 원자력 발전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어제 공개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조사’(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6%가 원전에 찬성했고, 반대는 26.0%에 그쳤다. 원전 비중을 ‘확대·유지해야 한다’는 응답(69.3%)이 ‘축소해야 한다’(28.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도 주목된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국민의 생각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탈원전 1년이 지나면서 그 후유증이 속속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결정, 영국 원전 수주 무산 위기 등으로 원자력산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멀쩡하던 한국전력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탈원전 후유증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는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의 생각이 정책 기조와 다르다고 해서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원전 문제와 관련한 최근 여론 조사에서 조사 주체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온 사실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갤럽의 지난 6월29일 조사에선 원전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52%)이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32%)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6월18일 조사에선 응답자의 84.6%가 ‘현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 전환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널뛰기에 가까운 응답결과가 나온 건 질문 방식의 차이 때문이었다. 갤럽 조사에선 “우리나라 원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고 원론적으로 물은 반면,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선 원전 사고의 위험을 부각시켰다.

여론조사가 특정 목적을 가진 주체에 의해 의도된 결론을 합리화하는 데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에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그런데도 원전에 관해서는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조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강행하는‘탈원전’이 진정한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자신하려면, 원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설문을 진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