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졸속 대책에 거짓 해명 내놓은 행안부
“BMW 차량의 정부청사 출입 제한은 전 차종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지난 14일 오후 3시30분 임철언 행정안전부 청사보안기획과장은 청사 출입 매뉴얼을 묻는 기자 질문에 뜻밖의 답변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BMW 중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에 대해서만 ‘운행정지’ 조치를 내린 것과 비교하면 ‘과잉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임 과장은 “올 들어 화재가 난 39대 중 9대가 비(非)리콜 차량이었기 때문에 출입 제한 범위를 넓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20분 뒤인 오후 3시50분께 재차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 “민원인과 공무원이 불편할 수 있다”는 질문에 임 과장은 “지상 주차장으로 충분하다. 지하 주차장만 있는 서울청사 별관엔 별도의 주차 공간을 마련했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출입 제한 조치가 이미 전국 청사에 내려졌고,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였다.

이를 바탕으로 한 본지 기사(8월15일자 A1, 6면)가 나간 오후 6시께에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행안부는 BMW 소유주 등의 반발이 커지자 태도를 갑자기 바꿨다. 행안부는 오후 9시께 BMW 리콜 대상 차량만 주차를 제한하기로 했다는 A4용지 한 쪽 분량의 설명 자료를 내놓았다. 전국 10개 청사에 내린 전 차종 운행제한 조치도 부랴부랴 주워 담았다. 불과 세 시간 만에 뚝딱 새로운 대책을 마련한 뒤 예고도 없이 발표한 것이다.

행안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차량 소유주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유명 백화점은 행안부 기준에 맞춰 BMW 전 차종의 지하주차장 출입 제한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일부 정부청사 지하주차장 입구엔 BMW 전 차종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BMW 화재 사태는 정부의 위기 관리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39대나 화재가 난 뒤에 뒤늦게 운행정지 처분을 내린 국토부나, 졸속 대책을 내놓았다가 세 시간 만에 뒤집어 버린 행안부 결정을 지켜본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다음날 새벽 기자와 통화에서 “BMW 전 차종의 출입 제한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이재영 청사관리본부장)며 거짓 해명을 내놓는 모습에선 정부에 대한 신뢰감마저 잃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