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미국 우선주의가 초래할 중국식 세계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일방주의는 국제 사회에서 미국이 정치·경제적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파리기후협정 탈퇴, 이란 핵합의 파기, 관세 전쟁을 비롯해 동맹을 공격하고 적을 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은 미국을 믿을 수 없는 파트너로 바꿔놓았다.

‘미국 우선주의’는 다른 국가가 국제 체제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틈을 주고 있다. 그 틈을 타고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가 직면한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국의 지도자들이 염두에 둔 국제 경제질서는 어떤 모습인가?

우선 중국은 수출 주도형 성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이 ‘개방형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해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특성에 따른 세계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화와는 다를 것이다. 중국은 다자간 협상보다는 양자 및 지역 간 무역 협정에 더 의존한다. 2002년 중국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과 ‘포괄적 경제협력에 대한 기본협정’을 맺었다. 이후 12개국과 추가로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했다. 중국이 양자 간 협상을 계속 강조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의 역할은 줄어들게 된다.

중국 국무원이 밝힌 중국의 무역전략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주변 지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입지를 다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 지도자들이 중국을 허브로, 주변국을 스포크(바퀴의 살)로 보는 ‘허브 앤드 스포크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무역 전략을 지원할 또 다른 중국 중심의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은행(WB)의 지역적 대안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30개 이상의 중앙은행과 5000억달러 규모의 스와프라인을 구축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 시스템은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심을 덜 기울일 것이다. 사유재산의 신성함은 중국의 국가사회주의 체제에서 늘 제한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영 기업에 대한 보조금과 지시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려고 한다. 중국의 첨단기술 역량을 키우기 위한 ‘중국제조 2025’가 이 같은 접근 방식의 예다. WTO는 보조금을 제한하려고 하지만 중국식의 무역 체제에선 최소한 이런 제약이 느슨해질 수 있다.

중국 주도의 국제 제도는 외국인직접투자(FDI)에도 덜 개방적일 것이다. 자본 유입 제한은 중국 기업의 기술 개발 역량을 높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또 다른 장치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체제를 선호할 것이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데 새로운 장애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약하자면 중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에서도 대외 개방을 유지하겠지만 미국식의 지식재산권 존중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의 해외 투자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평평한 운동장’을 원하는 미국의 수출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에도 비협조적일 수 있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 행정부의 정책이 초래할 새로운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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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