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 국내 10대 주력 업종 중 절반에서 일자리가 줄 것이란 전망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산업기술진흥원과 고용정보원은 하반기에 조선(-10.3%) 섬유(-3.9%) 자동차(-2.4%) 철강(-1.0%) 디스플레이(-0.4%) 고용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증가 업종은 반도체(6.4%) 금융·보험(4.4%) 기계(1.4%) 정도이고, 건설(0.2%)과 전자(0.1%)는 현상 유지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업종별 명암이 곧 일자리와 직결되는 셈이다.

주력 제조업 부진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점점 더 나빠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산업구조 변화 대처 미흡, 생산성 향상 부진, 경제의 고(高)비용화 등에 원인이 있다. 투자와 생산이 위축되고, 가동률을 낮춰도 재고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고스란히 고용에 충격을 미치는 것이다.

더구나 산업구조가 유사한 중국은 이제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중국과 경합하는 조선 철강은 물론 자동차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까지 힘겨운 모습이 역력하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산업기술수준 조사’에 따르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2013년 평균 1.1년에서 2015년 0.9년, 2017년 0.7년까지 좁혀졌다. 이미 추월당했거나 격차가 좁혀지는 분야일수록 고용 충격이 크다. 이대로면 전체적인 기술 역전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산업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고용 활성화는 요원하다. 특히 제조업은 지역경제와 서비스업 고용 등 연관 효과가 높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제조업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집중한 덕에 완전고용에 가까운 일자리 호황을 누린다. 최선의 고용정책은 어깨가 축 처진 기업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