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美 기업의 혁신이 낳은 4.1%
지난달 27일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연율 4.1%)을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높은 성장을 ‘미 경제의 자신감’으로 보는가 하면 ‘신기루’로 폄하하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시행한 정책들이 이제야 빛을 본 결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2분기 경제성장률을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지속성이 없는 ‘반짝 경기’라는 것이다.

미국은 1993년 4분기에 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9년 4분기에도 5.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럴 때마다 실업률이 높았거나 물가 상승이 부각됐고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GDP 증가율은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실업률은 4% 정도의 완전고용 수준이 지속되고 있고, 물가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 목표인 2%에 가깝다. 국채금리(10년물)는 아직 연 3 % 안팎이다.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이 몰려들 것이라 예상하는 연 3.5%와는 거리가 멀다.

화학·유통·IT 혁명이 성장주도

내수 소비가 주도하는 GDP 증가다. 투자가 늘고 이들 기업이 신규 고용을 창출해 만든 소비 증가다. 이런 고용은 미국 기업들의 끊임없는 혁신이 일궈 내는 구조다. 당장 셰일혁명에 따른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2분기 미국 경제를 이끌었다.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수입은 5월 기준 3억1000만 배럴로, 2006년 5월 4억5000만 배럴에 비해 32% 줄었다.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은 하루 1000만 배럴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사우디아메리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석유를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하기도 한다. 그만큼의 일자리가 생겼다. 셰일혁명은 물론 화학혁명을 부산물로 낳았다.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세계 화학제품의 15%를 미국에서 생산한다. 미국이 화학산업의 강자로 다시 부상한 것이다. 화학혁명은 또 다른 산업의 혁명을 낳아 제품의 제조 원가를 대폭 줄였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창출하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혁명으로 미국 경제를 붐업시키고 있다. 아마존이 낳은 일자리만 30만 개가 넘으며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20년 전 미국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었다. 당시 코카콜라 머크 화이자 인텔 월마트가 시가총액 10위권에 든 기업이다.

감세정책도 기업 역동성 살려

하지만 지금은 그 바통을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에 넘기고 있다.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10위권을 유지하는 기업은 MS와 엑슨모빌 등 불과 2개뿐이다. 그만큼 미국 기업의 역동성이 느껴진다. 미국 투자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117개사에 달한다. 2위인 중국보다 무려 44개 많다.

여기에다 지난해 실시한 트럼프의 감세정책은 기업 투자를 이끌고 소비를 끌어올리는 주요 역할을 했다. 케빈 하셋 미국 대통령경제자문위원장이 한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성장에 가장 공헌하고 있는 정책으로 감세를 꼽으며 앞으로 10년에 걸쳐 0.5%포인트 정도의 GDP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할 정도다. 감세는 미국 기업들을 미국 내로 돌아오게 했다. 미국 기업들이 지난해 주요 투자처인 유럽연합(EU)에서 투자를 회수한 금액만 2742억유로에 달한다.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 환경에서 기업이 성장하는 국가가 미국이다. 기업이 고용을 낳고 혁신을 창출한다. 셰일혁명이나 화학혁명, 유통혁명, 4차 산업혁명 모두 그런 혁신 속에서 나온 성과들이다. 그 근간에는 시장경제 원칙이 살아 있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