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JR히가시니혼 여객철도 노조 조합원 70%가 집행부의 강경 투쟁에 반발, 조합을 탈퇴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2월 임금협상 과정에서 집행부가 파업을 추진하자 많은 조합원이 “ 노사 대립으로 신뢰를 잃었던 과거 국철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대규모로 노조를 떠났다는 것이다.

노조 집행부는 연령 직종 관계없이 기본급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경고했다. 1987년 국철 민영화 이후 한 번도 파업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런 결정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파업하면 회사 신뢰가 무너진다”는 사장의 호소로 파업은 피했지만,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는 “노조에 넌덜머리가 난다”는 얘기까지 나돈다고 한다.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사업장이 한두 군데가 아닌 한국과 비교하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경 투쟁 위주의 노조활동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 초반에서 정체돼 있다. OECD 평균(29.1%)의 3분의 1 정도다.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노조가 외환위기 이후 확대된 서비스업을 끌어안지 못한 데다 양대 노총의 정치투쟁에 따른 피로감 때문이기도 하다.

10% 수준의 노조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낮은 노조 조직률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크게 벌리는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유발해왔다. 그런데도 기득권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는 후안무치 수준이다. 민주노총의 한 지부가 노조 탈퇴자들에게 1인당 500만원의 위약금을 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기득권 노조의 행패에 넌덜머리를 내는 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사례는 불과 몇 년 후 ‘남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