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핏줄이자 서민 경제 근간인 자영업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 폐업률(1년간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올해 9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689만8000명(무급 가족종사자 포함)에 이른다. 고용시장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로 미국(6%), 일본(11%) 등에 비해 훨씬 높다. 과당 경쟁과 소비 위축 등이 초래한 자영업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부담과 일방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이 더해지면서 자영업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평균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2.3% 줄었다. 반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54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9조원 증가했다. ‘자영업 대란(大亂)’이 우리 경제에 뇌관이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나치게 비대해진 자영업 비중을 줄여나갈 대책이 시급하다. 자영업 과잉의 가장 큰 원인은 중·장년층 일자리 부족이다. 통계를 보면 자영업자 중 50대 이상이 59.6%다. 퇴직자 상당수가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영업에 몰린 탓이다.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상가 임대료 상승 억제 등을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파견법 규제만 완화해도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만 9만여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전체 근로자 중 파견근로자 비중이 1%포인트 늘면 전체 고용은 0.4%포인트 늘어난다는 보고서(2015년 한국노동경제학회)도 있다. 파견법은 사무보조 등 32개 업종에서 최장 2년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업종 제한이 심하다보니 55세 이상 근로자 중 파견직은 0.79%에 불과하다. 노동 약자들이 생존 전쟁이 치열한 자영업에 내몰리지 않고도 비교적 안정된 자리에서 임금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자영업 대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려 중·장년층이 자영업에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는 일이다. 그렇게 하자면 기업들이 마음 놓고 사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경직화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푸는 것이 시급하다. 경총은 최근 원격의료 허용 등 보건·의료 분야 규제개혁이 이뤄지면 최대 37만40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의 기(氣) 살리기와 규제 철폐가 일자리 늘리기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청와대도, 정부도 다 아는 내용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주역인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투자의욕을 꺾는 반(反)기업-친(親)노조 정책을 폐기하고 신(新)산업 진입을 막는 걸림돌을 서둘러 치워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자영업 과잉을 막아 자영업을 위기에서 건져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