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투자가 과도하게 위축되고 기업의 체감경기도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쌓여가는 ‘적신호’를 보면 이미 불황 국면에 접어들어 위기 요인을 키워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

어제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6월)을 보면 산업생산이 석 달 만에 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기업 설비투자도 넉 달째 감소세다. 투자가 있어야 고용이 창출될 텐데, 18년 만에 가장 저조한 투자실적이니 최근 고용시장의 어려움도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한국은행 기업경기실사지수(BSI, 7월)도 17개월 만에 최악이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으며, 그 비율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BSI도 마찬가지다.

1주일 전 한은 통계에서는 소비심리도 20개월 만에 가장 많이 떨어졌다. 자영사업자 계층에 먼저 닥친 불황의 그림자를 보면 소비 위축은 자못 심각하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고용, 물가 등 경제지표 중 개선된 것을 찾기 힘들 정도다. 지표나 숫자를 말하기 전에 썰렁해진 상가나 시장, 중소기업 몇 군데만 돌아봐도 경제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다.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면 경제적 약자들이 먼저 타격받게 된다. 한가한 경기 논쟁이나 정책을 놓고 정치적 이념에 기반한 자존심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등을 내세운 ‘J노믹스’를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기(氣)를 살리고 규제위주의 대기업 정책에서 벗어나야 공세적인 투자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도 공정거래법이나 상법을 개정해 기업 경영을 옥죄어온 데 이어 그제는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개별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의 길까지 텄다. 논란 많았던 경제 현안에서 또 한 번 노동계의 요구가 관철된 것이다. 소비위축만 해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과 무관할 수가 없다.

세계경제는 나쁘지 않은데 한국만 거꾸로 간다. 미국은 2분기 성장률 4.1%(연율)로 ‘깜짝 성장’을 이뤘고,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인 일본 경제도 매우 안정적이다. 규제개혁, 감세 등 친기업 정책의 결실이다. 한국만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던 남미 국가들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이다. 악순환의 덫에 빠지면 내년에는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청와대와 함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냉철한 상황인식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