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논점과 관점] 5년 세수 호황 끝나가고 있다
지난해 본지 3월15일자에 ‘세수 호조 미스터리 아니다’라는 칼럼을 썼다. 많은 이들이 “경기가 최악인데 세금이 잘 걷히는 게 이상하다”며 의문을 제기할 때였다. 일각에서는 ‘불황의 역설’로 해석했다. 투자가 줄어 투자세액공제가 감소한 데다 수출 부진의 결과로 부가세 환급액도 축소돼 세수가 늘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칼럼의 요지는 “각종 경제지표를 검토해 보니 경기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쁘지 않으며 따라서 세수 호조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경기 호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4개월여가 흐른 지금, 세금은 여전히 잘 걷힌다. 올 5월까지 국세 수입은 140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6조9000억원 늘었다. 세수 진도율도 52.5%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세금 증가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3대 세목인 법인세는 전년보다 6조6000억원 더 걷힌 38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남긴 결과다. 12월 결산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257조9600억원으로 전년보다 46.8% 늘었다. 12월 결산법인은 법인세 납부액의 약 90%를 담당한다.

내년 '세수 절벽' 가능성

1~5월 소득세는 37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조7000억원 늘었다. 1~5월 부가가치세는 32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3000억원 늘었다. 여당에서 내년 예산을 10% 이상 늘리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 칼럼에서 올해까지도 세수 호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경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내년 세수는 올해 경기 상황이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12월 결산법인의 법인세수가 그렇고, 소득세 부가가치세도 그렇다. 최근 경기는 주지하다시피 매우 심각한 상태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가 18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기업체감경기는 1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7% 줄었다.

2014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세수 호조가 내년에는 세수 부진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 세수 호조가 끝나 가는 조짐도 보인다. 5월 국세 세수는 1년 전보다 12조4000억원 늘었지만, 이 중 77%에 해당하는 9조5000억원은 법인세 분납 기한 연장에 따른 것이다. 순 세수 증가폭은 2조9000억원에 그쳤다는 얘기다.

정부는 돈 쓰는 데만 골몰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세수 호조가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엊그제 발표한 내년도 세법개정안만 봐도 그렇다. 중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세우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수 확보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세금을 여기저기 퍼주겠다는 내용만 가득하다. 근로·자녀 장려금 지원 확대 등으로 내년에 세수가 10년 만에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자체 분석이다. 올해부터 5년간으로 따지면 총 15조원이 감소한다고 한다. 각종 비과세 감면도 크게 늘어나 이로 인한 국세 감면액만도 내년에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설 예정이다.

내년에 경기가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하면 세금은 더욱 안 걷힐 테고, 그럴 경우 심각한 재정 불균형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상당수 세금 지원 사업이 지속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한 것들이어서 구조조정하기도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국가 부채를 마냥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돈 들어올 곳은 뻔한데 모두들 써댈 궁리만 하는 모습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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