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으로 시끄러운 여의도에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여야가 대표적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꼽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한국 경제의 구조재편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시급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7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이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전략산업을 지역별 특성에 맞게 육성하자는 규제프리존법 역시 정쟁에 휩쓸려 표류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들 법안을 ‘가짜 민생법안’으로 낙인찍고 극구 반대한 ‘원죄’가 있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의 서비스산업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서비스산업 성장률은 2.1%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5%) 후 가장 낮았다. 전체 성장률(3.1%)에 크게 못 미치면서 갈길 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입법 지연으로 잃어버린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기업들이 겹겹 규제를 피해 투자처를 해외로 옮기면서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다. 법안 통과가 지연된 7년 동안 국내 기업들의 해외 서비스산업 직접투자는 3.4배(2010년 10조9000억원→2017년 36조7000억원)로 커졌다. 이들 투자가 국내로 향했다면 31만2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규제프리존 입법 표류에 따른 폐해도 서비스산업발전법 못지않다. ‘대기업 특혜’라는 도식화된 반대와 이익집단의 카르텔이 작동하며 드론 자율주행차 공유산업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의 경쟁력이 바닥을 기고 있다.

여야가 규제완화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걱정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운 ‘흥정’으로 ‘누더기 법안’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민간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24분기 만의 최저로 추락할 만큼 경제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또 ‘야합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면 치명적이다. 시장 요구를 과감히 수용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원격의료 등 보건·의료분야의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규제프리존법 역시 ‘대기업 특혜’ 논란에서 탈피해 미래성장 동력 확보라는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늦어진 만큼 입법에 속도를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드는 일이다. 정치적 성과를 의식해 시간에 쫓기듯 ‘반쪽 법안’으로 생색을 내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활성화법 입법에 20대 국회의 성패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의 성패가 달렸다는 각오로 임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