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2020년까지 약 15조원을 투입해 경기 이천에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선제적 투자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의 투자에 대해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8년간 34만8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경기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실업대란’ 조짐이 보이는 터에 반가운 소식이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바이오·의료,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 반도체 이후의 미래 먹거리 분야로 기업 투자가 계속 확대되길 기대한다.

기업 투자는 고도의 경영 판단이지만, 정부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련의 대기업 정책을 돌아볼 때 더욱 그렇다. 정부가 기업의 기(氣)를 살리고 각종 규제도 풀어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나설 때다. 그러자면 반(反)기업-친(親)노조 정책들을 이쯤에서 접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 각국과 ‘일자리 창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지지층 반발을 이유로 원격의료 같은 신산업 분야 규제 완화에 계속 머뭇거리면 ‘혁신성장’도 결국 헛된 구호에 그칠 것이다.

다행히 정부와 여당이 최근 규제 완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 장관들이 기업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뒤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럽다. 당장 삼성전자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방문하겠다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 부총리는 현장의 애로가 무엇인지 잘 듣고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 가시적인 ‘규제혁파’ 성과를 내놔야 좋은 일자리도 나온다.

국회도 기업이 마음껏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입법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 등 ‘규제혁신 5법’과 규제프리존법부터 기업 투자에 도움되는 쪽으로 여야가 원만하게 합의해 처리하기 바란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약속한 ‘깜짝 놀랄 정도의 규제혁신’을 실천하는 길도 먼 곳에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