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 확대개편과 함께 ‘문재인 정부 2기’의 구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개편에서는 자영업비서관, 국정홍보비서관, 연설기획비서관 신설에서 보듯 정책조정과 홍보기능을 강화했다. 비서관 자리도 하나 늘어 현재 486명인 비서실 정원은 500명 돌파를 앞두게 됐다. 인구 7배, 경제규모 12배인 미국 백악관 비서실보다 100여 명이 많은 매머드급이다.

‘조직 비대화’ 외에 개편 방향 자체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정책 기능을 강화함에 따라 청와대의 국정 독주가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국정상황실이 국정기획상황실로 바뀌며 ‘중장기 기획’ 기능을 추가했다. 정책기획비서관과 중소기업비서관도 각각 정책조정비서관과 중소벤처비서관으로 이름을 바꾸며 몸집을 키웠다.

그렇잖아도 청와대가 실무까지 다 챙기는 바람에 일선 부처 공무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만기청람(萬機靑覽)’ ‘부처 패싱’ 등의 신조어가 생겼다. ‘책임장관’ ‘낮은 청와대’라는 약속도 사라졌다. 경제가 이리 어려운데도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존재감이 여전히 약한 데서 잘 드러난다. 헌법 개정,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굵직한 이슈도 법무부 장관이 아닌, 조국 청와대 수석이 앞장섰다. 청와대가 더 커진다면 진행 중인 ‘2기 내각’ 구성의 의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번 비서실 개편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속화되는 ‘융·복합 트렌드’에 배치된다는 목소리에도 유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일자리 수석’이 신설될 때도 ‘너무 세분화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경제수석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인데 굳이 별도로 자리를 둬야 하느냐는 지적이었다. 결국 “일자리가 최우선”이라며 밀어붙인 정책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불렀다는 분석이 많다. 자영업비서관 신설도 ‘통합과 융합’이라는 산업 내 큰 변화를 무시한 정책이라면 실패가 불가피하다.

집권 초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조급증은 이해할 만하다. ‘코드’를 공유하는 비서실이 앞장서 드라이브를 걸고 싶을 것이다. 그럴수록 정공법이 필요하다. 절차와 계통을 무시하는 일방 지시는 부작용만 키운다. ‘받아쓰기 정부’라며 자신들이 비난한 박근혜 정부를 따라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