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증시·부동산 위협하는 무역전쟁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중 ‘무역전쟁’은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6일 양국이 상대방을 향해 ‘관세폭탄’을 발효했으나 이미 예고돼 있었기 때문에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미국 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며 공방이 격해졌다. 이후 일련의 움직임을 지켜본 대다수 시장 참여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훨씬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중국이 원치 않았던 무역전쟁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분명하다. 중국 측은 미국과의 시차 때문에 의도치 않게 미국보다 먼저 관세를 부과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조치를 취한 해프닝도 있었다.

무역전쟁의 기간이나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시장의 일치된 의견을 찾기 힘들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몸담았던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놓은 연구 보고서가 현재까지 가장 명쾌한 설명을 담고 있다.

시장의 예상보다 강경한 트럼프

보고서는 지난 6일 시행된 34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이미 발효된 세탁기, 태양광 패널,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로 인한 영향을 면밀히 검토했다. 트럼프 정부가 잇달아 준비하고 있는 1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추가 관세, 2750억달러 규모 자동차에 대한 20% 관세,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까지 분석에 포함했다. 이 경우 잠재적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총 수입액 규모는 8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골드만삭스 보고서 앞단에선 위안을 얻을 만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자료를 토대로 1차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무역전쟁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불과 0.1%포인트 낮출 뿐이며 다른 지역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중국이 당장 관세를 통해 미국에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중국 공산당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강력한 수단이 많다.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 국채 보유 물량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가 이 같은 무역전쟁의 추가 여파를 감안해 예측한 시나리오를 보면 암울한 그림이 그려진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0.4%가량 감소하고 유럽, 영국, 캐나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과 중국의 GDP 증가율은 동일하게 약 0.5%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전쟁 확산도 주시해야

세계가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역사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와 더불어 시장에서 대대적인 자산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무역전쟁의 전선이 넓어지면서 통화전쟁까지 벌어지고 있고, 전통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여름 시즌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비틀거리는 가운데 올 11월 중간선거를 치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은 헤드라인 뉴스를 자신의 승리로 장식하는 것이다. 한동안은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므로 펀더멘털에 집중하며 앞으로의 여정에서 지침이 될 만한 정보가 무엇일지 주시해야 할 것이다.

정리=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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