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청년 놀리는 적폐'부터 청산해야
최저임금 분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의결하자 자영업자를 비롯한 경영계는 인상률을 낮추라며 재의를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반응은 시큰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속도로는 2020년까지 1만원 대선 공약 이행이 불가능하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고용 사정은 더욱 악화됐고 올 상반기 장기 실업자는 18년 만에 최대치인 14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도 줄을 잇는다. 고려대 중앙광장 지하의 버거킹은 햄버거 세트 가격을 올리면서 매장 도우미를 줄이고 카드 결제 전용 무인발급기를 들여놨다. 옆집 한식당으로 고객이 이동하자 이 식당도 5000원이던 식사 메뉴를 5500원으로 슬쩍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해고를 줄이려는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한 사용자 측 반응은 별로다. 근로자들이 수혜 금액을 낱낱이 꿰고 있어 사용자 측에 추가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가 사용자를 거치지 않고 근로자에게 직접 교부하는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 확대를 들고나온 사정을 알 것 같다.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이 너무 높아 국민개세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근로소득세가 마이너스인 인원을 더 늘리는 것도 문제다. 고용 사정을 살펴 가며 시장 상황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연례행사인 세금 초과 징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가혹한 ‘법인세·소득세 증세’ 여파다. 최저한세 인상과 기업소득환류세 신설 및 소득세 공제방식 변경으로 법인 기업 및 중간 계층 이상의 개인에 대한 세금이 대폭 늘었다. 법인세 부담에 놀란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투자를 줄이면서 국내 일자리는 더욱 쪼그라들었다.

공공 부문은 임금피크제와 직무급 정착을 통해 인건비 총액을 유지하면서 청년 채용을 늘려야 한다. 신규 채용 노력에 대한 경영평가 가중치를 대폭 높여 성과상여금과 연동되도록 조정해야 한다. 수익이 안정적인 금융회사는 일시적 퇴직금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명예퇴직 확대를 통해 신규 채용 여력을 늘려야 한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금리에 의존하는 창업기업에 대한 자금 중개를 조기 퇴직자들이 자영업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대기업이 신사업에 성공하면 협력 업체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사업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으며 실패할 경우 삼성자동차처럼 대주주의 사재 출연으로 메우는 경우도 많다. ‘삼성 20조원 풀기’ 같은 정치인의 선심성 발언은 모든 것을 걸고 나선 기업가로서는 기막힐 노릇이다. 4년 넘게 주문이 끊어진 해양플랜트를 껴안고 살얼음판을 걷는 삼성중공업 등 위험 요소가 널려 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견제구도 사방에서 날아든다. 기술력과 시장 경험이 풍부한 미국 바이오젠을 공동 경영으로 유인한 삼성의 콜옵션은 ‘신의 한 수’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상장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외 펀드와 개인투자자가 많은 이익을 얻었다. 수천 명의 공인회계사가 함께 일하는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에 대해 시민단체가 걸핏하면 고발하는 사태는 극히 비정상적이다. 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비 지출 비중이 매우 높아 회계처리가 복잡한데, 이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사업 의지를 꺾을 위험 요인이다. 2011년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은 기업이 회계 상황을 전문가적으로 판단하되 주석으로 충분히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자리를 가로막는 규제와 간섭은 시급히 청산해야 한다. 경쟁 대상 글로벌 기업에 비해 열세인 우리 대기업을 더욱 쪼그라뜨리는 자학적 출자규제는 자제해야 한다. 지주회사의 신규 사업 규제도 지나치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임무해태가 적발되면 민·형사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상장회사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비상장회사 주식 보유를 전면 금지시키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주장은 속히 입법화하고 다른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일자리는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피를 말리는 절박한 요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