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발표 행사에서 “의료기기 시장진입의 규제 장벽을 대폭 낮추고 소요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부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혁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큰 의료분야 규제개혁에 시동을 건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의료는 다른 분야와 달리 가치사슬이 매우 복잡하고 이해관계자도 많다. 대통령이 “규제 혁신이 쉽지 않은 분야지만 의료기기에서 이뤄내면 다른 규제 혁신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한 배경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의료기기 규제 혁신만으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이 꽃을 피우려면 새로운 서비스 등 시장이 커져야 하는데, 이를 옥죄는 규제장치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서다.

미래 의료를 상징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가 단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의료 기기가 소용이 없다. 원격의료가 금지된 탓이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가릴 것 없이 원격의료 서비스를 하는 판국에 우리나라만 시범사업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이 이런 식이다.

의료정보 빅데이터 규제도 마찬가지다. AI(인공지능) 의료기기를 말하지만 방대한 의료정보 빅데이터 없이는 제대로 된 개발도, 상용화도 어렵다. 개인정보보호법, 공공데이터법, 의료법 등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법들에 막혀 의료 빅데이터가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없다.

투자개방형 병원 규제도 마찬가지다. 의료혁신 경쟁이 일어나고 시장이 커지려면 외부 투자가 밀려들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연구중심병원의 벤처기업 설립을 허용한다고 밝혔지만, 핵심은 놔두고 주변만 건드리는 격이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에 건 빗장을 풀지 않고 의료혁신은 어렵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본격적인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예고했다. 의료분야에서 혁신성장의 답을 찾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디지털 헬스케어, 빅데이터, 투자개방형 병원 등 3개 핵심규제 혁파로 나타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