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그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면적인 국회 개혁을 약속했다. “끊임없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결론을 내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문 의장은 상시(常時) 국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회 소위원회를 활성화해 ‘365일, 24시간 문을 여는 국회’가 되도록 제도적인 보완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국회가 특혜를 내려놓고 갈등과 소모적인 정치에서 벗어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터다. 그런 점에서 문 의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문 의장은 야당 시절에도 장외투쟁보다는 협상을 강조하는 의회주의자로 꼽혀 왔다.

국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문 의장의 말처럼 ‘생산적인 국회’로 변신하는 것이다. 국회가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갈등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것이 생산적인 국회의 시발점이다.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 의장이 ‘토론하고 결정하는 국회’를 표방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국회가 나서서 국가 백년대계를 책임져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도 그중 하나가 돼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 개선안 등 주요 교육정책도 시민정책참여단과 공론화위원회가 아니라 국회가 결정하는 게 온당하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빠진 채 시민 550명이 지역별로 모여 토론회를 열고 2022년 대입(大入) 제도를 논의 중이다. 입시정책을 시민 수백 명이 불과 보름 만에 결론 내는 것이다. 주무 부서인 교육부는 모든 결정과 책임에서 발을 뺐다. 투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것이 대의(代議)민주주의 취지에 맞다.

국회 악습 타파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 유례가 거의 없는 데다 ‘기업인 손보기’로 변질된 국정감사가 대표적이다. 365일 국회 소위원회가 열리는 상시 국회가 된다면 특정 시기에 감사를 할 이유가 없다. 국정감사를 핑계로 민간 기업인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무더기로 불러내 ‘군기’를 잡는 것은 국회의 고질적인 악습으로 꼽힌다. 기업에 영향력을 키우고 각종 청탁을 넣기 위한 의도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오죽하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이를 ‘국회 갑질’이라고 했겠나.

국회는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책임 정치’를 구현하는 민의의 전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문 의장의 국회 개혁이 이런 국회상에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