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트럼프의 '디벨로퍼 DNA'
뉴욕 맨해튼에서 퀸스, 브루클린으로 건너가다 보면 강변에 벽돌로 지은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다. 중산층, 서민용 임대아파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친인 프레드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0년대부터 코니아일랜드의 트럼프 빌리지와 비치헤이븐, 벤슨허스트의 쇼어헤이븐 등 이런 아파트를 2만7000가구나 지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들과 막 형성되던 중산층을 상대로 임대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맨해튼 5번가의 트럼프타워를 소유한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맨해튼 곳곳을 재개발·재건축해 트럼프플라자와 트럼프플레이스, 트럼프파크 등 수십 동의 주거용 빌딩과 사무용 빌딩을 건설했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조부 프리드리히 트럼프는 1800년대 말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때 알래스카에 레스토랑과 여관을 지어 부를 축적했다. 부동산 개발은 트럼프 일가 고유의 DNA라고 해도 될 듯싶다.

재개발·재건축이 DNA

얼마 전 맨해튼의 유명 부동산 개발업자를 만났다. 그는 트럼프 일가의 부동산 개발 스토리를 잘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세계 질서를 줄기차게 뒤흔들고 있는 데 대해 “그게 부동산 개발업자의 DNA”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세계무역기구(WTO) 무력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위협과 재협상, 이란핵협정 탈퇴, 파리기후협약 및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비판 등을 통해 전 세계를 흔들어왔다.

개발업자 눈으로 보면 부동산이 지금 상태로 있으면 남의 자산일 뿐이다. 하지만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이를 개발하면 자신의 지분이 생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모든 행동은 현재 체제를 개편(재개발·재건축)해 자신의 지분을 만드는 개발업자의 속성으로부터 나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프레드 트럼프는 아파트를 지으면서 빠른 철거를 위해 뉴욕 마피아를 동원했다는 얘기가 있다. 철거에 응하지 않으면 마피아들이 불부터 질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2016년 10월 당시 대선을 앞두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프레드 트럼프는 여러 사업에서 마피아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질서 흔들기 계속될 듯

프레드 트럼프는 1980년대까지 본인을 스웨덴 출신이라고 알리고 다녔다. 뉴욕을 지배하는 유대인들의 반감을 살까 우려해서다.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적성국이던 독일계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아파트 임대 등이 원활하지 않을 것을 걱정한 때문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할 때 미모의 여성을 동원한 파티를 자주 벌였다.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 세계를 쥐락펴락한 지 이제 1년 반이 지났다. 최근 유럽을 적이라고 말한 그는 1960년대 재클린 케네디가 골랐다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색깔까지 빨강과 파랑, 하양의 3색 조합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모든 것에 손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언제 그칠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면 통상전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핏속에 흐르는 부동산 개발업자 DNA를 고려한다면 그런 기대는 틀렸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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