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해 ‘고의적 공시누락’이 있었던 것으로 판정하고 검찰 고발 등 중징계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대 쟁점이었던 분식회계 혐의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금융감독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무리하게 회계 위반을 고발한 금감원의 체면을 세워주면서도, 민감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논란을 피해 가는 ‘반쪽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 중징계만 내린 꼴이어서 시장에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증선위가 두 달간이나 심의를 하고도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결론을 유보한 데는 금감원과의 갈등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해 기업가치를 장부가에서 시가로 변경 처리한 것이 정상적인 회계처리냐 하는 것이다. 증선위는 판단을 위해 금감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2014년 회계처리도 적정했는지 살펴본 뒤 의견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를 거부하고 2015년 사안에 관해서만 판단해 달라고 맞섰다. 결국, 증선위는 금감원 조치안이 미흡하다고 보고 재감리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은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회계기준 위반사항이 없다”고 해놓고 정권이 바뀌자 지난 5월 입장을 뒤집는 무리수를 뒀다. 그러고도 증선위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재조사까지 해야 하는 꼴이 됐다.

증선위의 결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논란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장기 사태가 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와 기업에 돌아갈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재감리를 받는 부담을 지면서, 분식회계 혐의 기업이라는 멍에를 계속 짊어져야 한다. 대외신인도에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투자자들도 이미 주가 폭락으로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재감리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까지 될 수 있다는 위험도 떠안아야 한다. 그러니 증선위 결과 발표 후 투자자와 기업이 반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