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SUV들의 초호화 전쟁
“초호화 고급 세단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만든다고?”

SUV가 시장 트렌드가 되면서 쉽게 상상하기 어렵던 일이 현실이 됐다. 럭셔리 SUV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대당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에도 희소가치를 앞세워 고객층을 늘려가고 있다. SUV의 세계적인 인기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초고가차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최다 주문 ‘컬리넌’

롤스로이스모터카가 지난달 국내에 공개한 ‘컬리넌’은 롤스로이스 역사상 최초 SUV로 연예인, 사업가 등 고소득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국내 출시된 롤스로이스 모델 가운데 주문이 가장 많이 몰리고 있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고객 120여 명을 초청한 제품 출시 행사에서 30~40%는 기존 고객, 나머지는 다른 브랜드 오너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12기통 6.75L 엔진이 들어간 컬리넌은 SUV 세그먼트 최초로 ‘스리 박스(Three Box)’ 스타일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뒤편 수납공간과 탑승 객석을 유리 파티션으로 완전히 분리시켜 엔진실, 차체 실내, 트렁크 등 3개의 독립 공간을 갖췄다. 운전석과 동승석 시트에는 마사지 기능을, 트렁크에는 전동식 의자를 넣는 등 여유와 품격을 드러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86대 팔렸다. 2010년 18대에 비해 5배가량 늘었다. 4억원대 고스트, 레이스, 던 3개 모델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여기에 4억6900만원에 나온 컬리넌이 예약 판매를 하고 있어 한국 판매량은 더 늘어날 기세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롤스로이스 컬리넌
◆벤테이가·우루스 “성능은 내가 최고”

영국 고급차 벤틀리는 브랜드 첫 SUV ‘벤테이가’를 지난해 한국 시장에 소개한 이후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142대가 팔렸다. 벤틀리 관계자는 “벤테이가는 30~50대 개인사업자들이 주요 고객층”이라고 소개했다. 벤테이가는 ‘빠르고 강력한 고품격 SUV’를 지향한다. 최고 시속 301㎞에 달하는 6.0L 12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풍부한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 내부 우드와 가죽소재 등은 영국 벤틀리 공장에서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맞춤 제작된다. 기본 17가지 외장 페인트 색상은 맞춤 제작으로 최대 90가지 색조를 낼 수 있다. 또 15가지 인테리어 트림 가죽을 제공해 고객 취향에 따라 마감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옵션을 포함해 3억원대다.

가야르도, 아벤타도르 시리즈로 유명한 슈퍼카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말 자사 첫 SUV 우루스를 세계 시장에 공개했다. 현재 국가별로 주문을 받고 있는데 한국에선 지난 6월까지 100대 이상 계약이 이뤄졌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우루스에 탑재된 V8 4.0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이 650마력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초에 불과하다. SUV 모델인데 공식 최고속도는 시속 305㎞다. 고성능 스포츠카 메이커답게 주행모드는 총 6가지로 바꿀 수 있다. 가격은 유럽 현지에서 약 17만유로. 시작가는 우리 돈으로 2억3000만원 선이다. 람보르기니 관계자는 “옵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며 “타이어, 시트, 실내 마감재 등은 고객이 원하는 사양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반떼, 벨라 등 ‘억’ 소리 나는 SUV 질주

수입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프리미엄 SUV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마세라티 르반떼, 메르세데스벤츠 GLS, 레인지로버 벨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 1억원을 호가하는 SUV는 올 상반기 수백 대씩 팔렸다. 특히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60% 증가한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벨라 및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각각 807대, 537대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