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검찰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는 노조 와해 혐의로 벌써 10번째 압수수색을 받았다. 무엇이든 걸릴 때까지 탈탈 턴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런 사례가 세계에 어디 또 있을까 싶다.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의 취업특혜 의혹과 관련해 현대·기아자동차, 현대백화점, 현대건설, 대림산업, JW홀딩스, 쿠팡 등에 이어 유한킴벌리도 그제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기업 위법 사항이 아닌데도 무차별로 행해지고 있다.

올 들어 30대 그룹 중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다. 수사관들이 기업 사옥에서 압수물을 산더미처럼 들고나오는 장면이 거의 일상이 됐다. 그럴 때마다 국민 눈에는 ‘기업=범죄집단’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기업 이미지 실추, 반(反)기업정서 확산, 대외 신인도 저하 등 경제 전반의 유·무형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혐의가 명백하고 수사상 불가피할 때도 있다. 그렇더라도 압수수색은 최소화하는 게 정상이다. 압수수색 여부는 전적으로 검찰 재량이다. 그런 검찰권이 남용돼 임의 제출을 요구해도 될 것을 무조건 회사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까지 쓸어가는 게 보통이다. 압수물에서 별건수사 거리를 찾아내 또다시 압수수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혐의가 있어 압수수색을 하는 게 아니라 압수수색을 해서 혐의와 증거를 찾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임의수사 원칙’에 어긋나거니와 기업과 임직원의 권리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잉 압수수색에 제동을 걸어야 할 법원조차 여론 추수적으로 영장을 내주고 있다. 이런 압수수색이 한 해 7만 건에 이른다. 공정위 국세청 관세청 등 준사법기관의 기업 압수수색도 점점 늘고 있다. 게다가 혐의가 없어도 압수물을 제대로 돌려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한 꼴이다.

기업은 압수수색을 당하는 순간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다. ‘사법 지뢰밭’을 피하는 데 급급한 기업들이 무슨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할 의욕이 생기겠나. 압수수색 남발은 기업과 국민에 대한 사법권력의 ‘갑질’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