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7일 이틀간 북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고위급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북한 외무성이 내놓은 담화를 보면 미·북 간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과연 있는지 등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약 아홉 시간에 걸쳐 회담했지만, 비핵화 조치에 대한 북한의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오히려 종전 선언이나 제재 완화 같은 보상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북한이 담화에서 “미국 측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나왔다”고 비난한 것부터 그렇다. CVID를 관철하기 위한 핵시설 신고 및 검증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풀어나가자”고 강조한 것도 비핵화 조치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나하나 받아내겠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 2차 방북 때와 달리 김정은을 만나지 못한 것은 이번 협상의 뚜렷한 한계를 보여준다. 미국 측은 “당초 일정에 없었다”고 했으나, 이번 미·북 협상 내용에 대한 북한의 불만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 것은 대화 국면 자체를 깨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담화에서 드러난 북한 태도로 봐서는 비핵화 협상은 멀고도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측에서는 마치 북한 비핵화가 다 된 듯한 조치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군사훈련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고, 남북한 경협 프로그램도 봇물을 이룬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