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산학연계 강조하는 독일 교육
하버드비즈니스리뷰(2017년)는 ‘왜 독일 제조업 종사자 중에는 중산층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꼽았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이들 히든챔피언이 담당하고 있다.

히든챔피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세계 3위 내에 들고, 해당 대륙에서는 1위 기업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매출이 50억유로 이하고, 대중에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의 히든챔피언이 부품·소재 등 대중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에 부합한 세계 2734개 기업 중 1307개가 독일 기업이다.

히든챔피언이 독일에 유독 많은 것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그중 하나가 정부의 지원 없이 대학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이중견습제도(dual system of apprenticeship)다. 이 제도의 특징은 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교육에 수반되는 비용을 기업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히든챔피언은 독일의 일반적인 기업보다 직업교육에 50% 이상 더 투자한다. 한국 기업들이 갖고 있는 인식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일·학습병행제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DHBW(Duale Hochschule Baden-Wrttemberg)대학이 대표적이다. DHBW대학은 숙련 근로자가 부족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 협력 아래 다임러벤츠, 보쉬 등 대기업들이 설립했다. 총 12개 캠퍼스에 3만400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DHBW는 방학 없이 3년제로 운영된다. 학교에서 3개월 동안 이론을 배우고 또 다른 3개월은 이중견습제도에 참여하는 기관으로 가 현장경험을 한다. 이렇게 6개월을 한 단위로 해 여섯 번을 거치면 졸업하도록 돼있다.

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입학 전 학생이 DHBW 협력기관과 고용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 계약은 재학 기간 유지된다. DHBW의 파트너 기관들은 DHBW의 일·학습병행제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체 요구가 반영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항시 언급되는 졸업생들의 역량과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역량의 미스매치를 최소화할 수 있다. DHBW 졸업생의 90%는 졸업과 동시에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했던 기관에 취업한다. 나머지는 석사학위 과정 입학 또는 안식년을 갖는다.

한국은 독일의 인력양성 체계와 환경이 다르지만 산학연계 인력양성을 해야 하는 명제는 같다. 독일처럼 기업체의 지원 등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돼야 한다. 한국에서 시행하는 일·학습병행제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