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더위, 땀 그리고 한약
오늘 마지막으로 찾아온 환자의 보호자가 한 말은 요 근래 들어본 것 중 가장 탄복할 만했다. 동생의 몸이 허약해서 ‘여름에 맞는 한약’을 처방받고 싶어서 왔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여름에 흔하게 듣는 질문은 “몸은 힘든데, 여름에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쓸모가 없다면서요”라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땀을 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땀으로 빠져나갈까 걱정돼 한약을 먹지 못한다는 것은, 마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 하겠다. 한의학은 오히려 여름에 ‘서병(暑病)’, 즉 ‘더위 먹는 증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왔다.

《동의보감》을 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처방인 ‘사물탕’이나 ‘보중익기탕’ 등의 처방을 이용할 때,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계절에 맞춰 처방을 가감해서 투여하는 설명이 나온다. 다시 말해 여름에는 여름에 맞춰 처방한다는 뜻이다.

[생활속의 건강이야기] 더위, 땀 그리고 한약
조선시대 왕 중에서 성종과 인종은 서병 때문에 평생을 앓다가 30대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그래서 그런지 《조선왕조실록》에는 더위를 물리치거나 치료하는 한약 처방이 많이 등장한다. 공을 세운 신하에게 내의원에서 만든 여름 한약을 하사하기도 하고, 감옥에 갇힌 죄수들을 위해 얼음과 한약을 보내주기도 했다. 왕실의 여름 보약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관리를 벌주기도 했는데, 이렇게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여름 처방들은 모두 《동의보감》에 수록돼 있다. 지금도 거의 모든 한의원에서 처방한다.

무더위는 사람의 기운을 상하게 하고 진액을 말라들게 하기 때문에 여름은 몸이 많이 허해지는 시기다. 만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피곤하면서 정신이 몽롱하고 동작이 느려지며 소변과 대변이 잦다면 이미 서병에 걸린 것이다. 몸에 열이 생기면서 갈증이 심하고 설사가 생기기도 하는 증상과 더불어 밥맛이 없어지면서 기가 빠지고 저절로 땀이 나는 증세가 있다면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저절로 땀이 난다면, 한약을 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적극적으로 서병을 치료하는 한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이런 경우 여름 보양식을 찾게 되는데, 체질과 증상에 따라 차가운 음식을 먹어야 할 때도 있고, 반대로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할 때도 있으니 주치의와 상담부터 하고 먹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