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 약 63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흔들리고 있다.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기금운용본부장이 1년간 공석인 데다, 직무대리마저 사의를 표명해서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이번처럼 수장 공백이 장기화한 것도, 직무대리까지 그만두겠다고 한 것도 처음이다. 주식운용실장과 해외대체실장도 공석이다.

2200만 가입자의 노후를 책임진 조직이 이렇게 ‘와해’에 버금가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금운용본부장이 공석이 된 것은 지난해 7월 당시 강면욱 본부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사퇴하면서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신임 본부장 공모에 나섰지만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며 지난달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본부장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능력이 검증되고 무게감 있는 인물들의 지원을 막는 족쇄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서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기피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임기는 최대 3년이지만, 퇴임 후 3년간 유관업종에 재취업을 할 수 없는 것부터가 그렇다. 연봉은 성과급을 합쳐 3억원 안팎이다. 이 정도 연봉으로 국민연금 위상에 걸맞은 경험 많은 실력자를 구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기금운용본부장 주요 후보군인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은 인센티브를 제외하고도 4억원 안팎이다.

막중한 책임에 비해 자율성과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정치적 외풍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본부장을 지낸 홍완선 씨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 속에 구속됐다. 이런 판이니 누가 선뜻 지원하겠는가. 지방(전북 전주) 근무를 해야 하는 것도 실력파들이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린다. 본부장 역량에 따라 연금 수익률이 달라진다. 시장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최고의 인재들이 선뜻 지원할 수 있게끔 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