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모처럼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규제 혁신’을 외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규제개혁이 답답하다”며 지난달 27일 열릴 예정이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당일 전격 취소했다. 회의 연기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지만 “작은 정부가 좋다는 건 잘못된 인식”이라며 규제완화에 부정적이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한 입장 변화다.

문 대통령이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건 것은 경기동향이 심상치 않은 데다 ‘혁신성장’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당내 경제민생태스크포스에서 규제 목록을 작성하는 등 규제완화에 적극 동참할 태세다. 문제는 현 정부 출범에 기여한 ‘지분’을 주장하는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시민·노동단체와 이들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는 여당 내 소수 좌파 의원들이다.

시민단체 출신인 이학영 의원은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 일부 기득권 층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반대논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 범위 확대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과 규제샌드박스 5법 등 규제완화 법안들도 5명 이내의 여당 소수 좌파 의원들의 반대로 발목이 잡혀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문 대통령의 규제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과거 정책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대해 “정경유착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냐”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권력집단화한 시민단체가 규제 개혁의 최대 장벽”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단체를 비롯, 각종 직역집단들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규제완화에 저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주된 지지층이자 현 정부 출범에 막대한 공을 세웠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앞장서 정부의 규제개혁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현 정권의 진정한 지지자라면 기득권과 욕심을 채우기에 앞서 정부의 규제 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하고 성장동력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 발상의 전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