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의정 성실도 측정 지표 중 하나인 본회의 ‘재석률’을 보면 우리 정치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다. 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해 5월29일부터 1년간 본회의 시작, 오후 속개, 마무리 때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지를 조사해 내놓은 ‘재석률’은 66.49%에 불과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들의 ‘재석률’이 90% 안팎인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본회의 ‘출석 눈도장’만 찍고 사라지는 ‘파렴치 의원’도 10명 중 3명이나 됐다.

특히 믿기 어렵고, 믿고 싶지 않은 것은 당 대표와 장관 등 요직을 지낸 중진 정치인 다수의 ‘재석률’이 20~30%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건 야구선수가 경기에 출장하지 않고, 건설기술자가 공사를 회피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놀랍게도 이들 ‘농땡이꾼’ 대다수가 자유한국당 소속이거나 한국당 출신 중진의원들이다. 한국당이 ‘6·13 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웅변해주는 또 다른 씁쓸한 증표다.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 툭하면 지각·불참하거나, 참석했다가 중간에 자리를 뜨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 정당이 숱하게 공약했던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은 공염불이 됐다. 국회 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26위로 꼴찌 수준(서울대 행정대학원 조사)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올해 의원 연봉은 약 1억3800만원이다. 약 5000만원의 정책개발지원비와 가족수당 등도 따로 받는다. 본회의 ‘농땡이꾼’들이 의정활동은 소홀히 한 채 혈세를 축내며 특권만 누리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제재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반 직장인이면 연중 20~30%만 출근하고도 무사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