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천자 칼럼] '벽돌폰' 30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가 개통된 날은1973년 4월3일이다. 모토로라의 통신 책임자인 마틴 쿠퍼가 뉴욕 맨해튼 6번가에서 보도블록만 한 전화기를 꺼냈다. 통화 상대는 경쟁사인 AT&T 벨연구소 책임자 조엘 엥겔이었다. “조엘, 마틴일세. 나 지금 휴대전화로 걸고 있어.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 말야. 소리 어때?”

마틴은 일리노이공대를 졸업하고 6·25 전쟁에 참전한 뒤 모토로라에 입사한 전기공학자다. TV영화 ‘스타 트렉’에 나오는 커크 선장의 통신 장치에서 영감을 얻어 휴대전화를 개발했다고 한다. 휴대전화가 제품화되기까지는 그로부터 10년이 걸렸다. 1984년 판매 가격은 3995달러, 현재 가치로 약 1000만원이었다.

국내에 휴대전화 서비스가 도입된 것은 서울올림픽 직전인 1988년 7월1일이다.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단말기는 삼성이 개발한 ‘SH-100s’였다.

제품 무게가 771g이나 돼 ‘벽돌폰’이라고 불렀다. 당시 가격은 약 400만원. 설치비 60여만원까지 포함하면 포니엑셀 자동차 한 대 값(약 500만원)과 맞먹었다. 그 해 가입자 수는 784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기술 발달로 빠르게 대중화됐다. 크기도 작아졌다. 1996년 나온 모토로라의 폴더폰(스타택)은 와이셔츠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사이에 핀란드 기업 노키아가 급성장해서 1998년 모토로라를 제친 뒤 13년간 1위를 기록했다. 삼성은 1995년 휴대전화 15만 대를 불태우며 품질혁신에 나선 덕분에 2004년 2위에 올랐고 마침내 애플까지 꺾으며 시장을 석권했다.

첨단 이동통신 기술은 1996년 2세대(CDMA), 2003년 3세대(WCDMA)를 거쳐 2011년 4세대(LTE)로 진화했다. 휴대폰을 통한 뱅킹, 쇼핑도 일상화됐다. 내년에는 LTE보다 속도가 20배 이상 빠른 5G 서비스가 상용화될 전망이다. 30년 전의 ‘벽돌폰’은 스마트워치,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스피커를 아우르는 ‘5G폰’으로 변신하고 있다.

30년 후에는 어떤 기기가 나올까. ‘미래폰’이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끊임없는 경쟁 과정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는 원리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하고, 그 전에 달 착륙자인 닐 암스트롱을 통해 우주통신 분야까지 주름잡았던 모토로라는 노키아의 습격에 비틀거리다 구글에 넘어가고 말았다.

노키아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한때 ‘오바마폰’으로 불리며 비즈니스맨들의 인기를 모았던 블랙베리 또한 경쟁에서 도태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 대만 등의 신흥 제조사들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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