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가 내년에 3.49% 오른다. 8년 만의 최대 폭 인상이다. 소위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최근 10년간 인상 평균인 3.2%를 넘기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속을 어겼다.

‘문재인 케어’는 올 들어 적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선택진료비(특진료)가 폐지됐고, 상복부 초음파, 2~3인실 병실료에도 보험 적용이 됐다. 9월엔 뇌·혈관 MRI, 12월에는 하복부 초음파도 보험 혜택을 받는다. 이렇게 보장성이 확대되는데 건보료가 오르지 않을 재간은 없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대(對)국민 청구서가 이제 시작이고, 그 금액이 얼마나 더 빠르게 늘어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을 쓰고, 국고지원을 늘리면 연평균 3.2%의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현 정부 집권 기간) 재원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는 전문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보장 확대로 인한 의료이용량 급증과 고령화로 인한 진료비 확대 등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인상 폭이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또 건보재정을 어떻게 건전화할지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도 없다. 이번 정부에선 그럭저럭 버티더라도 머지않아 국민에게 그 부담이 고스란히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건보재정이 계속 줄줄 새는 것도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과잉진료와 허위 청구 등으로 부적절하게 지출되는 건강보험료가 매년 2조원을 웃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는 건보재정 누수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료는 다수 가입자에게 세금과 다름없다. 그러나 보험료율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나 운용의 효율성은 일반 예산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국민이 보험료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건보 재정의 건전 운영을 위한 정부의 솔직한 고백과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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