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예정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을 앞두고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한경 6월25일자 A1, 5면). 정부가 통제하에 있는 국민연금을 통해 사외이사 등 인사에 개입하고 주요 사업과 투자를 간섭할 경우 민간 기업경영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의 막강한 주식시장 영향력을 감안하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기업은 거의 없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 세계 3위(약 626조원)인 국민연금이 주식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만 359곳에 이른다. 현대자동차(8.44%) 등 상당수 국내 주요 기업의 1, 2대 주주가 국민연금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주도했던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등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기금운영 독립성과 주주권 행사 외부 위탁이 시급하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연금사회주의’의 해악은 기업 창의성과 자율성을 해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국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 운용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연금의 사회적 책임투자 확대’를 내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임대주택 건설 등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연금을 마치 ‘쌈짓돈’ 쓰듯 여기저기 끌어쓰려 하고 있다. 자칫 국민의 노후 안전판이 흔들릴 상황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국민연금 지배구조와 운용 방식 전면 개선을 적극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스웨덴처럼 연금을 작은 규모로 분할해 경쟁시키거나 네덜란드, 칠레와 같이 부분적으로 민영화해 정부 간섭을 막고 기금 운용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방식이 있다. 당장 이런 방식이 어렵다면 기금 운용이나 주주권 행사를 다른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일본, 캐나다 등의 사례도 참조해봄 직하다.

점점 공룡이 돼가는 국민연금의 ‘수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내년부터 국민연금 가입자가 줄고, 연금 고갈 예상 시점(2060년)도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의 탈(脫)정치화와 경쟁 체제 도입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