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유럽의 테이퍼링 지연에 대비해야
글로벌 주식시장이 동조화하는 가운데 최근 투자시장은 승자와 패자로 양분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만 몰리는 반면 신흥국 시장은 외면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터키 등에선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득세 등 이탈리아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승자와 패자로 양분된 주식시장

미국은 기업신뢰도지수가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기업 실적 성장 덕분에 주식시장도 호황이다.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감면으로 큰 혜택을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지수 수익률은 연초 대비 4%에 달하고, 12개월 예상 수익은 14%까지 전망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관세 부과 압박과 첨단 기업에 대한 투자 규제 등 위협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순간을 즐기고 있다. MSCI차이나지수는 25년 전 지수가 발표된 이후 가장 긴 6분기 연속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범유럽지수인 Stoxx 600은 연간 기대수익률이 5%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올해 유럽 은행주는 15% 하락했다. MSCI유럽(영국 제외)지수 역시 MSCI세계지수, 아시아 및 미국지수 수익률에 크게 뒤처져 있다.

정치적 변수도 유럽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두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동맹’이 위험스러운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내놓은 ‘미니보트(mini-BoT)’라는 소액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심지어 이탈리아는 이 소액 채권을 유로화와 병행해 통화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를 부인하지만, 소액 채권 발행과 유통이 이뤄지면 이는 EU 헌법에 해당하는 리스본 조약을 위반한 것으로 판명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4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회의를 열어 유럽의 양적완화 프로그램 축소를 논의했다. ECB는 올 4분기부터 국채 매입 규모를 월 300억유로에서 150억유로로 줄이고, 올해 말 국채 매입을 완전히 종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결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회의를 앞두고 피터 프랫 E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약해졌다”며 경기부양책 종료를 시사하는 매파적 발언을 내놨다. 그러나 프랫의 발언은 유럽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ECB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시장 탓으로 돌리는 면피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美·EU 정책 변수 고려해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양적완화 축소 또는 종료는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활성화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CB는 기준금리의 경우 최소 2019년 여름까지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는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이는 경제 성과가 받쳐줄 때만 시행하기로 한 ECB의 긴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 호황 국면인 미국과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한 유럽의 통화·금융정책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발생할 변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 ECB 결정이 실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몇 주 혹은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분명해질 것이다.

정리=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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