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이전과는 다른 주택시장에 적응해야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실적 통계를 보면, 4월까지 전국 공급량(누적 기준)은 전년 대비 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수도권 공급량은 변화 없이 8만5000호를 기록했으나 지방은 18.4% 감소한 8만 호였다. 분양시장의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수요 위축이 가시화하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미분양 위험이 커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매달 주택공급과 관련된 세 개의 지수를 발표한다. 먼저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는 주택사업자가 종합적으로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말해주는데, 6월 발표한 전망치는 64.0으로 전월 대비 8.1포인트 떨어졌다. 사업자들은 지속적인 경기 악화를 체감하고 있다. 지수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서울 지역의 실사지수마저 70선을 유지하는 데 그쳐, 침체 상황이 확산되는 추세다.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주택산업연구원은 분양경기실사지수(HSSI)와 입주경기실사지수(HOSI)를 발표했다. HSSI는 4개월 만에 70선이 무너지는 등 신규 주택의 공급 여건은 날로 나빠지고 있다. 지역 간(수도권과 지방), 업체 간(대형과 중소형)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어, 수도권과 대형 업체로 쏠린 분양시장 호조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분양가 상한제에 힘입어 ‘로또 분양’ 광풍이 유지되는 지역에선 문제가 없겠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미분양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입주 여건을 반영하는 HOSI의 6월 전망치는 59.4로 집계돼 조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눈앞에 닥친 미입주와 미분양은 드러난 고민이지만, 지역 간 분양시장 양극화로 야기될 주거 수준의 지역 간 격차 심화는 숨어 있는 문제다.

얼마 전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젠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안에 두 번 더 인상할 계획이어서 국내 금리 인상 압박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부담으로 주거와 소비심리는 많이 악화됐고, 정부가 보유세 강화와 후분양제 전환 등 주택 수요를 위축시킬 정책을 준비하고 있어 수요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돼 거래와 가격은 안정될지 모르지만 ‘하향 안정’이 그대로 시장 ‘침체’로 고착화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5월 고용 동향을 보면 거시 여건도 낙관적이지 않다. 일자리와 고용이 줄어, 유효 수요 위축이 거시경제 기저에 넓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체감 경기가 그대로 통계로 나타나고 있어, 정부가 구상한 경제성장에 앞서 경기 침체를 먼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돼 버렸다. 이상은 지금까지 주택시장을 이해했던 생각의 틀로 정리한 시장 상황이다.

정부 정책은 국정운영 철학을 반영해 고안되고 시장에 적용된다. 현 정부는 주택시장에 대해 ‘안정’이란 단어에 방점을 찍고 규제 위주의 정책을 견지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를 시장이 안정돼 가는 과정으로 본다면, 현 시장 상황은 충분히 정상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정적 시장 구조가 만들어질 기대가 있는 한, 정부의 규제 위주 정책 기조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규제 여건이 변하지 않는다면 시장 참여자들이 변해야 한다. 주택사업자와 주택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을 통해 사업 기회를 잡아야 한다. 요건과 조건의 한시적 완화 혹은 규제 개선이나 철폐 등의 틀을 가지고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대치될 뿐 ‘규제 쓰나미’를 벗어날 순 없다. 거센 변화에 잘 버텨낼 전략과 방안을 찾아내 새로운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맞는 선택이다. 이런 과정에서 내성이 생기고, 내성이 확산돼 시장에 충만하면 시장은 새로운 복원력을 갖게 된다.

내성을 갖기 위해서 시장 참여자들은 ‘공유’와 ‘사회적 기여’에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 개념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업 추진 전략의 코드(언어)도 업데이트하고, 업데이트한 환경에 맞게 세팅도 새로 해야 한다. 그래서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표현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동산이 이제 시작됐다”로 바뀌었으면 한다. 이 엄중한 미션이 시장 참여자들 앞에 놓여 있다. 기존의 생각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스탠더드(standard)로 도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