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일본은 사람을 못 구해 아우성이다. 그런 일본을 옆에 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이다.

[세계의 창] 일자리 문제, 일본을 활용하라
2017년 한국의 청년(20~29세) 실업률은 9.9%에 이르는데 일본의 청년(15~24세) 실업률은 4.6%로 한국이 일본에 비해 2.2배 높게 나타났다(총무성 ‘노동력조사’, 통계청. 이하 같음). 하지만 체감하는 한국의 일자리 문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한국에는 실업자에 잡히지 않는 취업준비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나 취업해 일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고용률(일본에서는 취업률)을 보면 한국과 일본 간에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에서 청년이라고 하면 보통 15~29세의 연령층을 가리키지만 일본에서는 병역 의무가 없기 때문에 한·일 간 같은 연령대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양국의 실정을 반영해 통상적이라면 취업 활동을 끝내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직장 진입기’ 연령대로서 한국의 30~39세, 일본의 25~34세를 들어 양국의 고용 실태를 비교해 보자.

한국의 30~39세 연령대 고용률은 77.0%인데 일본의 25~34세 취업률(고용률)은 83.6%로 일본이 한국보다 6.6%포인트 높다. 이들 연령대의 실업률을 보면 한국이 3.3%인 데 비해 일본은 3.7%로 일본이 오히려 높게 나타난다. 구인난을 겪는 일본이 취업난이 심한 한국보다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한국의 실업률 통계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활동인구를 취업자·실업자·미취업자로 분류하면 한국의 30~39세 미취업자 비율은 19.7%(=100-77.0-3.3)에 이른다. 한국의 30대 가운데 약 20%, 즉 5명 중 1명은 미취업으로 남아 있는 꼴이다. 일본의 미취업자 비율 12.7%(=100-83.6-3.7)보다 7%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30대 미취업자의 대부분은 20대에도 미취업자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면 한국 청년층의 경제활동 비참가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산업이 받쳐줘야 한다.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4차 산업 육성이 요구되지만 4차 산업은 고용창출이 많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일자리 마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4차 산업 육성과 함께 기술 축적이 체화(體化)된 제조업도 중시하고 있다. 한국이 일자리 창출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산업구조를 구축하려면 이런 일본의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 일본 유학 및 취업박람회가 열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일본 활용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정부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에 관심 있는 한국인들, 반대로 한국에 관심 있는 일본인들의 가교 역할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 1년이 지난 지금도 한·일 관계는 좋지 않으며 한·일 경제단체 교류도 뜸한 상황이다. 국민에게 활동의 장(場)을 넓혀줘야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일본 사정에 정통하고 일본인의 사고방식을 속 깊이 알면서 대일관계에도 잘 대응할 일본 전문가들이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전문가 풀을 통해 한국 일자리 문제를 개선하고 일본 구인난을 활용하는 것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어떤 일자리 정책보다 훨씬 큰 실익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려면 일본 올바로 알기와 한·일 관계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