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보적 기술인 ‘휘어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중국에 도둑맞을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협력사에 위장 취업한 중국인 두 명이 관련 기술을 중국 업체에 빼돌리려다 적발된 것이다. 미국이 중국 산업스파이의 기술유출 문제를 제기하면서 무역 마찰까지 불사하는 상황에서 발생해 더욱 눈길을 끈다.

미국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해외에 4만 명 이상의 ‘산업스파이’를 침투시켜 각종 첨단기술 및 지식재산권을 노리고 있다. 사실이라면 일부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가고 있는 한국도 당연히 중요한 표적이 될 것이다.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사건은 과거에도 자동차 철강 가전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최근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잦아지고 있다. 관련 인력의 중국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삼성전자 반도체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 기밀 유출에 대해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기술 탈취는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범죄다. 첨단 분야 기술은 군사용으로 쓰인다. 미국 등 많은 국가가 기술 유출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는 배경이다.

미국은 ‘경제스파이방지법’을 제정해 기술 유출에 엄격히 대처하고 있다. 국가 전략기술 유출은 ‘간첩죄’로 가중처벌한다. 최근 미국에서 군사용 기술인 복합 박막 플라스틱 조제 관련 기술을 중국 회사에 유출한 용의자는 최대 4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처지에 놓였다. 우리는 ‘산업기술보호법’은 제정했지만, 구체적 피해가 있어야만 처벌토록 해 기소율이 낮고 실형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지 않다.

처벌 강화는 손쉬운 대책일 뿐, 방지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경찰 국가정보원 등과 협력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보안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기업들은 기술인력에 대한 보상 체계 등 인력 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대부분의 기술 유출이 내부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대목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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