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신의 손과 악마의 손
월드컵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피파 랭킹 22위 아이슬란드의 D조 예선전 첫 경기의 결과는 1대 1이었다. 이 점수를 예상한 도박사가 과연 있었을까? 아이슬란드가 아르헨티나와 비길 수 있었던 것은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의 역할이 컸다. 결정적인 골을 여러 차례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메시의 페널티킥을 쳐냈기에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나서 할도르손이 한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그 페널티킥을 막아서 내 꿈이 이루어졌다. 나는 메시가 차는 많은 페널티킥을 관찰하는 ‘숙제’를 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 직면했고, 메시가 그런 식으로 페널티킥을 집어넣으려 할 거라는 좋은 느낌이 왔다.”

그는 메시가 페널티킥을 넣는 장면을 수도 없이 VTR 화면으로 보면서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나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던 것이다. 그 순간이 왔을 때, 그는 그대로 했다. 몸을 날려 그의 공을 쳐냈던 것이다. 전세계 월드컵 팬들이 기억할 명장면을 시작한 사람은 키커로 나선 메시였지만 완성한 것은 할드르손의 그 ‘손’이었다.

월드컵 경기에서 ‘신의 손’이라고 하면 우리는 금방 마라도나의 손을 떠올리게 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간의 경기 후반전 6분에 터진 마라도나의 골은 손으로 넣은 것인데 그 당시 비디오 판독으로도 머리에 의한 골인지 손에 맞고 들어간 골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결과는 골로 인정이 됐고 이후 승승장구한 아르헨티나는 우승까지 하게 된다. 심판이 정확하게 판단했다면 그것은 핸들링이었다. 20년이나 지난 뒤에야 마라도나는 그 골이 자신의 손에 맞아서 나온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런데 그 손이 과연 언론의 표현대로 ‘신의 손’이었을까.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하게 한 ‘악마의 손’이 아니었을까.

마라도나는 축구영웅이긴 했지만 선수생활 말년부터 계속 말썽을 피운 악동이었다. 특히 마약을 끊지 못해 고비를 여러 번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그의 손이 또 문제가 됐다. 영국 BBC 저널리스트 재퀴 오틀리는 마라도나가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의 경기를 앞두고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한국 관중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손을 이번에는 다른 인종을 놀리는 데 사용한 것이다. 이 손이 과연 신의 손인가.

성경에도 “너는 남을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말에 ‘손을 씻는다’는 것은 죄를 씻는다는 뜻이다. 손이 가다, 손을 내밀다, 손에 넣다, 손이 크다 등 손에 관련된 말이 많은 것을 보면 그만큼 손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아니랴.

우리가 손에 땀을 쥐고 본 메시의 페널티킥 장면. 아이슬란드의 할도르손은 메시가 페널티킥을 차는 장면을 보고 또 보면서 연구하고 연습했다. 서른네 살의 할도르손은 메시와의 정면대결에서 이겼다. 메시가 누구인가. 2004년 바르셀로나 1군 무대에 데뷔한 그는 그동안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500경기를 돌파할 때까지 425골과 159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해트트릭은 32회에 달한다. 그런 메시가 자국 아르헨티나 축구의 메시아가 되지 못했다. 이전의 월드컵 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번에는 축구 천재가 연습벌레한테 지고 만 것이다. 신의 발을 가진 메시가 신의 손을 가진 할도르손에게 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천재성이 성실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화 속의 토끼가 잘 때 거북이는 걸어가서 먼저 목적지에 당도하지 않았는가. 이제부터는 한국인을 향해 눈가를 찢는 시늉을 한 마라도나의 손을 보고 ‘신의 손’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